[부산=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 윤길현(32)은 올 시즌 최고 마무리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12경기에서 세이브 7개를 수확해 부문 선두에 올라있다. 블론 세이브는 딱 한 차례 있지만 이닝당 1개씩 뽑아내는 탈삼진 능력도 빼어나다.
윤길현을 소방수로 낙점한 김용희(60) SK 감독은 "처음에는 다소 부침이 있을 것으로 봤는데 생각 이상"이라며 "지난 시즌 잠시나마 마무리를 맡았던 경험이 올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줄곧 핵심 불펜요원으로 활약했던 윤길현이 정상급 마무리로 올라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노력의 산물이다. 윤길현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듯 전형적인 투 피치 투수였다. 시속 140㎞대 중후반의 직구와 주무기 슬라이더로 큰 무리 없이 제 역할을 다했다. 중간 투수는 선발과 달리 짧은 이닝을 전력 투구하기 때문에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무기 하나만 있으면 통할 수 있다. 마무리 투수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윤길현은 최후방을 막는 자리에 배치된 만큼 자신을 더욱 업그레이드했다. 그가 신경 쓴 부분은 새 무기 장착이다. 그리고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커브를 택했다. 그 동안 간혹 던졌던 구종이지만 승부구로 뿌릴 수 있을 정도의 확신은 없었다.
올해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서 허벅지 통증으로 귀국했던 윤길현은 2군 대만 캠프에서 커브에 대한 자신감을 쌓았다. 그는 "연습 경기에서 커브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상대 타자가 안 치고 보기만 하더라. 이 때 '바로 이거구나'라는 느낌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의 커브는 실전에서도 통했다. 지난달 10일 마산 NC전에서 김종호-나성범-에릭 테임즈로 이어지는 막강 타선을 모두 커브로 요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윤길현' 하면 '슬라이더'를 떠올렸던 인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또 4월23일 수원 kt전에서는 마지막 타자 심우준을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1일 광주 KIA전에서는 9회 브렛 필을 상대할 때 풀카운트에서 승부구로 커브를 던졌다. 공은 스트라이크 존에 걸친 듯했지만 심판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고 윤길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필이 쳐다볼 수밖에 없게끔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은 인상적이었다.
윤길현은 "생각보다 커브의 각이 큰 것 같다"며 웃어 보인 뒤 "원래 포수의 사인을 따라가는데 요즘 커브 사인이 자주 나온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용희 감독도 "빠른 공과 슬라이더에 속도 차이가 큰 커브까지 던지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길현의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우람으로부터 배운 체인지업도 실전에서 쓰고 있다. 윤길현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체인지업도 원하는 대로 던질 날이 오지 않겠나"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SK 윤길현.
부산=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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