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지적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문화ㆍ예술, 농림ㆍ수산 분야 공공기관의 중복 업무를 대거 통폐합하겠다며 칼을 빼 든 가운데, 지금까지 추진한 공공기관 기능 조정이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비효율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공공기관 기능 점검 및 조정 관련 주요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정보화 분야에 대한 대규모 기능 조정에도 불구하고 대상 기관들의 전체 인원과 예산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5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산업기술진흥원, 방송통신전파진흥원, 콘텐츠진흥원, 인터넷진흥원 등 6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능 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능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전담하고, ICT해외진출 사업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으로 통합되는 등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기능 조정 이후에도 6개 기관 전체의 정원(1,668명)과 예산(4조7,772억원) 규모는 전혀 변하지 않아 업무 소관 기관만 바뀌었을 뿐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오히려 정보화분야 기능조정의 후속조치를 이행하는데 추가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했다. 통폐합으로 직원들의 소속이 바뀌면서 상이한 연봉과 직급체계 때문에 조직 내 갈등이 빚어지고, 업무방식 통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또 기재부가 밝힌 기능 조정 방향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구체화된 실행계획이 없으면 공공기관의 예측 가능성이나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 중복은 무조건 비효율’이라는 논리도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게 입법조사처 입장이다. 가령 고속도로 관리는 한국도로공사가, 국도 관리는 국토관리청이 맡고 있지만 이를 무작정 합치기에 앞서, 둘 중 한 기관이 도로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게 현행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SOC, 문화ㆍ예술, 농림ㆍ수산 분야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방안을 내주 중 발표할 방침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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