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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성범죄, 회사 망해도 처벌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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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성범죄, 회사 망해도 처벌하는 미국

입력
2015.05.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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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계 업체서 일하던 기혼녀

사장의 성희롱에 9개월간 시달려

가족 부양탓 견뎠지만 결국 퇴사

美법원 "부당 해고와 다름없다"

파산한 회사 동결자산 처분해

피해자에 7만2000弗 배상 판결

파산한 미국의 한국계 업체에서 과거에 일어난 성범죄에 대해 미국 법원이 이례적으로 배상 판결을 내렸다. 파산 신청을 하면 모든 자산이 동결돼 해당 회사를 상대로 제기되는 금전적 청구 역시 중단되지만 법원은 동결 자산을 처분해 피해자가 당한 유ㆍ무형의 손실을 물어주도록 했다. 직장 내 성범죄를 엄히 처벌하는 미국 내 기류를 반영한 판결이어서 눈길을 끈다.

항공택배 서비스 전문 업체 여직원인 심모씨에게 비극이 시작된 건 2010년 9월. 회사 사장인 이모씨가 그가 일하던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지사로 출근하면서 모든 게 꼬여버렸다. 함께 일한 지 한 달쯤 됐을 무렵, 이씨는 기혼자인 심씨에게 좀 더 긴밀한 관계를 갖고 싶다며 접근해 왔다. 근무 도중 온천이나 마사지 업소에 가자고 제안하거나 허락 없이 손을 잡고 뒤에서 갑자기 끌어안기도 했다.

싫은 티를 내도 변하는 건 없었다. 2010년 11월에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종종 반바지를 입고 일했던 이씨는 책상에 다리를 올려 자신을 노출시켰다. 이씨는 충격에 휩싸여 말문이 막힌 심씨에게 왜 자신을 쳐다보지 않느냐고 태연히 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그는 그렇게 하면 둘 사이가 가까워 질 줄 알았다고 한다.

상사의 성희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1년 1월 이씨는 심씨에게 두 사람이 관계를 하는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었다. “당신은 나의 사장일 뿐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심씨의 절규는 허공 위로 흩어졌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소화가 안 될 만큼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나 심씨는 직장을 쉽게 그만 둘 수 없었다. 남편의 직업이 일정치 않았던 터라 집안의 가장으로서 벌이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꿰뚫고 있던 사장 이씨는 심씨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매일 같이 “왜 우리는 연인 관계가 될 수 없느냐”며 몰아 세우고, 업무 중에도 끊임없이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2011년 5월 사장의 성적 괴롭힘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심씨가 퇴사를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다시 2년의 세월이 흘러 법원은 심씨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연방파산법원은 올해 3월 “이씨는 심씨에게 총 7만2,400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사장 이씨의 행동이 둘 사이 합의된 것이었다는 주장은 이씨 혼자만의 생각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씨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통을 침묵으로 감내해 왔다”며 “직장 상사의 성희롱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 둔 것은 부당한 해고와 다름 없다”고 배상 이유를 밝혔다. 다른 직장을 구하는 사이 실직 상태였던 3개월 동안의 급여와 새 직장에서 낮은 임금으로 일한 데 따른 금전적 피해(2만2,400달러), 정신적 피해 배상금(5만달러)이 9개월 동안 참아야 했던 수치심의 보상이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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