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적 판단 실패ㆍ비노 인사 소외" 비노측, 재보선 책임들어 친노 견제
동교동계는 "호남 민심부터 챙겨라", 천정배와 연대론 등 목소리 높여
4ㆍ29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당 진로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독주하던 ‘친노세력’을 견제하며 당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시도들이 백가쟁명식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최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기 때문에 신경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비노 계파들“대표 사퇴가 아니면 측근들에 대한 정리라도 해야”
대다수 비노 계파들은 문재인 대표를 둘러싼 친노 측근을 겨냥하며, 당 쇄신을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 ‘문재인 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데다 당을 또 한번 뒤집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전후로 여러 현안에 대한 정무적 판단에서 실패한 몇몇 참모들에 대한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최고위원은 5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모인 동교동계 인사 중 일부가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이들에게 문 대표에게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실제 비노계 한 핵심 당직자는 “선거 패배 원인 중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이완구 총리 해임 건의안 제출이나 별도 특검 카드 추진 등 중요한 시점마다 전략을 잘못 짠 탓도 크다”며 “그런 중요한 판단을 할 때마다 비노측 인사들은 소외된 채 몇몇 대표 측근들에 의해 결론이 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도 전략 상 친노 진영의 지지를 얻기 위해 대놓고 문재인 대표나 친노 진영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문 대표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당을 이끌어서는 안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특히 김한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주승용 최고위원이 4일 최고위원회에서 친노패권 정치를 지적하며 공개적으로 문재인 대표를 비판하면서 비노 진영은 확실하게 표를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당 살림과 대여 협상을 진두지휘 하며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 본인은 물론 계파끼리 다툼도 뜨겁다”고 전했다.
동교동계, 호남의원들 “호남 민심 챙겨야 한다”며 문대표 압박
동교동계와 호남 지역구 의원들 중에는 문재인 대표와 친노 진영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호남 민심’을 앞세워 존재감을 높이려는 시도도 잦아지고 있다. 동교동계는 특히 ‘DJ의 뜻을 이어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는 천정배 의원과 손을 잡을 수 있다거나 심지어 일부에서는 별도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며 문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한편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 안철수 두 전 대표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정계은퇴 선언 후 전남 강진에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당내에 그를 따르는 세력이 있는 만큼 그가 상경과 함께 어떤 식으로든 야권의 움직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최근 경기 분당 자택을 처분하고 문재인 대표가 사는 서울 구기동에 전셋집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안 전 대표는“여야 대표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과 일방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문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국민공론화 과정과 함께 국가재정의 투입은 얼마가 필요하고, 국민의 부담인 보험료는 얼마나 올려야 할지 등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당이 화합을 위해 문 대표에게 ‘원내대표 추대’ 아이디어를 내는 등 조심스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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