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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이전의 현장" 日 '물타기 꼼수'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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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이전의 현장" 日 '물타기 꼼수' 먹혔다

입력
2015.05.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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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이전까지만 한정해 신청

"시대 달라 한국 우려 안맞아" 궤변

23개 시설 묶는 교묘한 전략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이 유력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이 유력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이 유력한 일본 후쿠오카현의 야하타 제철소.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이 유력한 일본 후쿠오카현의 야하타 제철소. 연합뉴스

“세계문화유산 근대산업유산군은 1910년 이전 이야기다. 조선사람의 강제노동이 행해진 것은 아니다. 시대가 전혀 다르다.”

일제 강점기 한국인 징용현장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유력해진 가운데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장관이 이 같은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한국의 우려는 맞지 않다는 것을 정중히 설명하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일본정부는 관련시설의 등재기간을 ‘1850년대부터 1910년’으로 한정해 신청했다. 게다가 23개 산업시설을 한꺼번에 묶어서 신청해 한국인 강제동원 시설에 대한 물타기도 시도하고 있다. 특정 시설물에 담긴 의미를 1910년까지만 한정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상식 밖의 주장이며,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부터 한국 등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증거다.

현재 한국인 강제동원과 관련된 시설은 7곳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지옥도’란 별칭이 붙어 있는 하시마(端島ㆍ일명 군함도) 탄광의 경우 극악한 노동환경으로 악명이 높았다. 나가사키(長崎)항에서 18㎞ 떨어진 하시마의 해저 탄광은 깊이가 지하 1,000m이상에 달해 채탄작업 중 바닷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갱 천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비일비재했다. 최악의 작업엔 주로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투입됐고 철저히 격리된 채 하루 12시간 이상의 혹독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전범기업인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 역시 일본군의 전쟁수행을 지원하며 ‘무사시’ 등 각종 전함을 건조한 곳이다. 한국인들의 고통은 강제노동에 그치지 않고 1945년 8월 나가사키시에 원폭이 투하된 직후 시내 복구작업에 투입됐다가 방사능에 피폭되기도 했다. 이밖에 한국인 4만명이 강제 동원된 다카시마(高島) 탄광, 9,200명이 동원된 미이케(三池) 탄광과 항구, 3,400명이 동원된 야하타(八幡) 제철소 등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가 전국 8개 현(縣)에 흩어진 23개 시설을 하나로 묶어 추천하는 이례적 전술을 편 것도 주목된다. 하시마 탄광과 이와테(岩手)현의 하시노(橋野)철광산 유적은 직선거리로 1,300㎞ 떨어져 있다. 한반도 전체가 포함될 정도의 광범위한 영역이다. 내각관방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이 정도로 본격적인 ‘시리얼 노미네이션’(serial nominationㆍ일괄 추천)은 처음이 아니겠냐”고 밝혔다. 일본 주요언론은 지난해 세계유산이 1,000건을 넘기자 유네스코 측이 일괄추천을 선호했다는 설명과 함께 일본정부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괄추천 역시 일제의 전쟁지원을 위해 혹독한 노동을 강요당한 한국인 착취·희생문제를 희석시키려는 속셈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막지 못한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전 실패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등록의 최종결정은 6월말부터 7월초까지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회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산하 민간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적합’판정을 받은 상황이어서 최종단계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산케이(産經)신문은 5일 한국의 압박을 받는 의장국 독일이 일본측에 한국과의 대화 및 산업유산에 강제징용 관련 기념비를 건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세계유산은 빛과 그림자 부분을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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