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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외교… 우선 순위 정하라, 타이밍 맞춰라, 인적 쇄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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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외교… 우선 순위 정하라, 타이밍 맞춰라, 인적 쇄신하라

입력
2015.05.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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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걸림돌 남북문제 해결하면 美中 미련없이 주변국 외교 가능

편중된 시선의 외교라인 재정비, 말의 성찬ㆍ눈치보기서 벗어나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윤병세 외교부 장관.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한국 외교는 늘 ‘위기’였다. 노무현정부는 미중 양국 사이에서 어설픈 균형을 강조하다 뭇매를 맞았고, 이명박정부는 대미 일변도로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잃었다. 박근혜정부는 한중관계의 지평을 넓혔지만 우방인 미일 양국이 뒤통수를 치면서 휘청대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방향성과 전략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위기의 악순환을 끊을 방법으로 3가지 처방을 주문하고 있다.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타이밍에 맞는 행동을 취하면서 ▦인적쇄신을 통해 외교라인의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온갖 청사진만 나열하고 레토릭(수사)에 그쳐 청와대와 주변국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무능 외교’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렛대를 확보하려면 남북관계부터

한국 외교가 곤궁해진 이면에는 꽉 막힌 남북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북한과 풀리지 않기 때문에 미중 양국에 더 의존하게 되고 일본을 준엄하게 꾸짖어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대신 정부는 주변국 외교를 통해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5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정말 편하게 주변국 외교를 할 수 있다”며 “북한과 안 되는 것을 전제로 하니 미중 양국에 매달리고 일본에 연연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발목 잡힌 남북관계의 구멍을 땜질하는 식으로 외교를 동원하다 보니 자꾸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정상회의는 뼈아픈 사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회원국을 상대로 몸값을 높인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을 순방하느라 불참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한국 외교에서 무엇이 시급한지 모르니 반둥을 외면하고 중남미로 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칙만 고집 말고 발 빠르게 성과를 내야

우리 외교가 번지르르한 ‘말의 성찬’에서 벗어나는 것도 급선무다. 현 정부가 외교 청사진으로 내세운 동북아평화협력구상,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모두 개점휴업상태다. 다자협력을 통해 한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이지만, 구체적인 의제설정에 실패하다 보니 주변국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문정인 교수는 “외교부가 북핵 해법으로 ‘코리안 포뮬러’를 만들었다는데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외교 또한 타이밍의 예술이다. 하지만 자아도취나 안이한 상황인식에 빠져 허우적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전략적 모호성만 강조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논란이 커지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머뭇대다 땅을 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맞서 6자회담 재개가 긴요한데도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 채 미국의 입만 바라보는 형편이다.

이처럼 타이밍을 자꾸 놓치다 보니 매번 외교의 주도권을 뺏기고 있다. 최강 부원장은 “아베 총리는 미 의회 연설을 통해 주변환경을 일본에게 유리하도록 만든 반면, 우리는 상황 속에서 고민만 했다”며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으면 서둘러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위 맞추는 외교 벗어나야

인적쇄신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 입맛에 따라 방향이 좌우되고 외교라인 당국자들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한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장관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누가 소신을 밝힐 수 있겠느냐”는 푸념이 적지 않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편중된 시야를 가진 사람들로 외교라인이 채워져 있고 대통령의 비서역할만 하다 보니 새로운 전략구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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