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 캠퍼스 잇는 유일한 노선
등교 때 100m 줄… 고성 오가
SNS로 근절대책 공개 모집도

4일 오전 9시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 역에서 쏟아져 나온 서울대생 수십명이 인근 버스정류장으로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곧 이어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도로 모퉁이를 두 번이나 돌아 100m 이상 길게 늘어섰다. 버스가 막 도착했을 때 줄을 서지 않은 한 학생이 출입문 쪽으로 다가서자 “새치기하지 마라” “비켜라”는 고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낙성대역에서 서울대 캠퍼스를 잇는 버스 노선이 마을 버스(관악02) 하나밖에 없는 탓에 아침 등교시간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이다. 학내 게시판 등 온라인에서는 볼썽사나운 버스정류장 모습을 놓고 “서울대생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느냐” “새치기하는 사람 보게 대자보를 붙이자” 등 불만이 들끓고 있다. 이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대학원생 한모(32)씨는 “매일 치르는 등굣길 전쟁 때문에 학교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일상이 된 등교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총학생회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제57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5일부터 ‘낙성대 정류소 캠페인’을 시작했다. 지난달 출범한 57대 총학은 낮은 투표율로 연장투표 끝에 가까스로 선출됐다. 외면 받는 총학이 다시 학생 자치의 구심점이 되려면 거창한 이념구호 대신 교통, 강의실, 교육환경 등 동료 학우들의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낙성대 정류소 문제 해결은 공약 이행의 첫 걸음이다.
총학은 우선 꼼꼼한 현장조사를 거쳐 새치기가 만연한 원인이 ‘두줄 서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두줄 서기는 버스가 만원이 되면 일부 학생이 앉아 갈 요량으로 다음 버스를 타려고 옆으로 비켜서면서 생긴 관행을 말한다. 이 학생들 뒤로 새로 온 학생들이 줄을 서면서 이 줄은 자연스레 ‘앉아 가는 줄’이 되고 서서라도 가겠다는 사람들은 ‘서서 가는 줄’을 새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질서가 무너져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총학은 학내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새치기 근절에 대한 서울대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주무열 총학생회장은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글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며 “취합된 의견 중 몇 가지 해결책을 내놓고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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