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한 합의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 동의가 우선”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새누리당도 이를 의식해 한 발 빼는 모습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안을 팽개치고 있다”며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싸고 진행돼온 줄다리기가 여야가 뒤바뀐 채 재연되는 형국이다. 또 한번의 사회적 대타협을 일궈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에 대한 당정의 소극적인 자세는 이해가 간다. 연금 지급액을 높이려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아니면 정부 재정 부담이 늘어나거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기금 고갈은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운용방식대로라면 2060년에 완전 고갈될 것이라는 추정이 일반화 돼있다. 현 상황에서는 어느 경우든 선뜻 택하기가 쉽지 않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려면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6.7%로 인상해야 한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장차 연금 지급액을 높여준다고는 하지만 당장 보험료를 두 배 가까이 내라고 하면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에 재정을 쏟아 부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노후소득 보장 측면에서 국민연금 강화의 필요성도 시급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1위다. 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5.3%로 회원국 평균치를 밑돈다. 게다가 조기퇴직이 빈번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아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베이비붐세대 퇴직자가 쏟아지지만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기능은 열악한 형편이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은 두 차례의 개편을 거치며 2028년 40%까지 축소된 상태다. 연급 수급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춰졌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느냐다. 국민연금 강화 논의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어차피 맞닥뜨려야 할 과제라면 무조건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국민적 논의를 본격화하고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두 개의 상반된 명제 속에서 적정선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폭을 반드시 10%포인트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 기구와 국회 특위의 역할은 이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여야는 물론 공무원, 전문가, 시민단체 등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로서도 논의가 성과를 내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모처럼 찾아온 국민연금 제도 개혁의 기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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