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폭력성 짙은 청불 영화
성인시장 겨냥한 틈새전략 적중
한국영화 ‘차이나타운’의 흥행바람이 심상치 않다. 개봉일(지난달 29일) 9만880명이 찾으며 일일 흥행순위 2위에 오르더니 4일까지 72만9,089명을 모았다. ‘어벤져스2’의 위세에 눌리고 어린이날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에 치일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겉보기에는 약세가 분명했다. 가족단위 관객이 몰리기 마련인 징검다리식 황금연휴에 피비린내 진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혜수와 김고은을 내세운 캐스팅도 약점이었다. 남자배우들이 쥐락펴락하는 국내 극장가에서 여배우 둘이 중심이 된 영화의 흥행은 순탄치 않아 보였다. 게다가 국민영화 대접을 받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흥행 광풍이 버티고 있다. 한국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이 과욕이 심해 만용을 부린다는 우려가 나올 만도 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총제작비는 25억원으로 중저가 규모다. 124만명이 관람하면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현재의 흥행 추세라면 이번 주말 가뿐히 닿을 수 있는 목표다.
흥행의 가장 큰 요인은 틈새전략이었다. 청소년관람불가와 여배우를 앞세운 영화라는 불리한 조건을 오히려 적극 활용해 맞불을 놓은 전략이 통했다. ‘차이나타운’의 투자배급사인 CGV아트하우스 영화사업팀의 어지연 팀장은 “두 여배우의 연기력이 관객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여겼다”며 “‘어벤져스2’ 상영으로 시장이 확대됐을 때 개봉하면 더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밝혔다. ‘어벤져스2’가 지배한 극장가에서 개성 강한 ‘어른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의 소비 심리를 노렸다는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와 김혜수의 흡입력 센 연기도 빼놓을 없는 흥행요소다. ‘차이나타운’은 인천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사채업과 장기밀매업 등을 주도하는 우희(김혜수)와 일영(김고은)의 어두운 사연을 펼쳐낸다. 정글 같은 뒷골목에서 오직 생존을 목표로 살아가는 두 사람이 기이한 모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촘촘한 연출로 묘사했다. 김혜수는 차갑고 거칠면서도 과묵한 여자 두목 우희의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그려낸다. ‘차이나타운’은 13일 개막하는 제68회 칸국제영화제의 비공식부문인 비평가주간 초대를 받았다. 어 팀장은 “칸영화제 상영도 의식해 개봉일정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의 흥행은 최근 활력을 잃은 한국영화계에도 좋은 본보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품성보다는 상업성에 지나치게 치우진 충무로의 최근 영화 제작 방식에 자극이 될만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