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계약효력정지 가처분 불복
탈락업체 상대 취소ㆍ집행정지 신청
'혈세로 보상하겠다'는 의도로 보여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축구훈련장 인조잔디 개보수 공사와 관련, 법원의 계약효력정지 가처분 결정(본보 4일자 12면)을 계기로 광주시의 납품업자에 대한 특혜성 행정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법원 결정도 무시한 채 공사가 이뤄졌는데도 시가 나 몰라라 했다는 점 등을 들어 시와 업체간 모종의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다.
광주시는 5일 광주지법으로부터 계약효력정지 등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아낸 입찰 탈락업체를 상대로 특별사정에 의한 가처분 취소 및 가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해당 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시는 신청서에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유지될 경우 U대회 준비 차질로 인한 대회 이미지 실추는 물론 광주시의 국제적 위상 추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곧 입장료와 광고 수입 저하로 이어져 U대회가 적자대회가 되고, 광주시는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볼 것”이라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시가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만큼 가처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것이다. 시는 그 근거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엔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민사집행법 307조를 내세웠다.
그러나 시가 ‘특별한 사정’을 들고 나온 속을 들여다보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가처분 취소 신청서를 내면서 규격 미달의 인조잔디를 납품한 낙찰업체 A사와의 잘못된 계약으로 인해 계약 체결 기회를 박탈당한 탈락업체의 손해는 금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탈락업체의 피보전권리(가처분신청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는 금전적 보상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탈락업체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소에 따라 본안소송을 통해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시는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가 패소할 경우 탈락업체에게 물어줘야 할 손해배상금 규모는 대략 공사금액(29억9,327만원)의 10% 안팎이 될 것으로 관련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결국 탈락업체에 대해선 돈으로 피해를 보상할 테니, 인조잔디 설치 공사는 당초 낙찰업체에게 계속 맡기게 해달라는 시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시 입장에서 보면 입찰 및 계약 과정의 중대한 하자 정도는 ‘혈세로 때우겠다’는 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가 특혜 의혹을 사고 있는 A사를 끝까지 밀어주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가 인조잔디의 구매 규격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A사 편들기식 해명을 내놓아 특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시는 당초 “국내에 구매 규격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 2Star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없어서 시방서와 다른 규격으로 바꿔 A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의 계약 무효 결정을 받아낸 업체가 구매규격에 대한 FIFA 2Star 랩 테스트를 통과한 시험성적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공사 발주부서 담당 계장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 묻지 마라”는 황당한 답변만 하고 있다.
시가 법원의 계약 무효 결정 이후 A사에 대한 공사 중지 조치에 늑장을 부린 것도 특혜성 행정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달 30일 법원의 계약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지자 A사에 대해 즉각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그러나 관련 부서는 지난 2일에야 A사에 광주시공무원연수원 축구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통보했고, 그 사이 A사는 해당 구장에 대한 인조잔디 설치를 끝냈다. 앞서 법원의 이번 결정 이전에도 A사가 FIFA 2Star 랩 테스트 시험성적서도 받지 않은 인조잔디를 깔고 있는데도, 시는 “공사중단 조치를 하겠다”는 말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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