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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내린 커피 한잔에 동네 사랑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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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내린 커피 한잔에 동네 사랑 쑥쑥

입력
2015.05.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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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장동 주민 카페 '마주보고'

구청서 땅 내주고 주민들 직접 운영

아이 돌봄장소 등 사랑방 역할 톡톡

수익금은 장학금·복지사업에 활용

“여긴 그냥 카페가 아니라 마장동 주민들 사랑방이죠.”

서울 성동구 마장동주민센터 앞 15평 남짓한 아담한 카페에서 젊은 엄마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대화가 한창이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나 이웃 소식, 동네 어귀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까지 대화 내용도 다양하다. 이들은 동 자치회관에서 운영하는 유아발레 수강생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들이다. 다른 테이블에는 두 명의 초등학생이 마주 앉아 자신들을 데리러 올 부모를 기다리며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카페 한쪽 벽면은 책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고 입구에는 쌀과 인진쑥 등 판매용 농산물도 놓여있어 여느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곳은 성동구 마장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 ‘마주보고’ 카페다. 동네에 마땅한 휴게시설이 없다는 마장동 주민들의 불편 사항을 듣고 성동구청이 동 주민센터 앞 화단 부지와 사업비 3,500만원을 지원한 것이 ‘마주보고’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구청의 도움은 이 것뿐, 어떤 시설을 만들고 어떻게 운영할지는 모두 자치회가 결정했다.

카페 이름도 공모를 통해 ‘주민들이 서로 마주보며 이웃간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아 ‘마주보고(마장동 주민의 보물창고)’라고 지었다. 자치위원들 스스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아 커피를 직접 내리고 운영 규정도 자체적으로 정했다. 커피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1,500원일 정도로 저렴하다.

자치위원 30여명이 20만원부터 100여만원까지 갹출해 1,300만원이 넘는 금액도 마련했다.

마주보고가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자리잡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때론 아이들의 생일파티 장소로, 때론 아이 돌봄 장소로 애용될 정도로 주민들의 호응이 좋다.

주민 이미순(43)씨는 “그 동안 엄마들끼리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었는데 마주보고가 생기고 나서는 엄마들이 모여 아이 키우는 이야기도 하고 책도 보고 쉴 수 있어서 좋다”면서 “단순한 동네 카페가 아니라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사랑방이 됐다”고 말했다.

마주보고 수익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다. 자치회는 ‘마주보고 장학회’까지 설립해 지역인재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매달 카페 운영비를 뺀 수익금의 40%는 장학금으로, 20%는 저소득층 복지사업을 위해 적립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지역 자치사업을 위해 쓰인다. 마주보고는 지난달 서울시가 뽑은 우수 공유공간으로도 선정됐다. 송경섭 주민자치회장은 “주민들이 한 잔씩 마신 커피가 모여 사랑의 장학금이 되고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되고 있다”면서 “많은 주민들이 마주보고를 편한 사랑방처럼 애용해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저소득층을 지원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앞으로 마장동의 마주보고처럼 주민들이 소통하고 배움과 나눔을 통해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소통공간을 성동구 곳곳에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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