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격 사건으로 현실화하자
美사회 내부의 적 공포 확산 조짐
IS 동경해 온 아랍계 미국인 용의자
주범 심프슨 트위터에 범행 암시 글
테러단체 가담 출국 시도한 전력도
공범은 의사 지망생 출신 밝혀져
‘모렐의 예언’이 적중했다. “미국이 2015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좇아 자생적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외로운 늑대’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차장의 지난해 전망이 3일 텍사스 총격 사건으로 실현되자, 미국 사회에서 ‘내부의 적’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 조짐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5일 자체 라디오방송을 통해 “우리 전사 2명이 미국 텍사스주 갈랜드의 전시장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이 전시는 선지자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더 크고 쓰라린 사건이 벌어질 것임을 미국에 말해둔다”며 “IS 전사들의 끔찍한 행동을 보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S가 미국 본토에서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4일 전날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 두 명 모두 IS를 동경해 온 아랍계 미국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살된 용의자 중 주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엘턴 심프슨(30)이며, 현장에서 함께 숨진 용의자는 나디르 하미드 수피(34)이다. 모두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아랍계 미국인이다.
두 용의자는 사건 현장 인근의 피닉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심프슨은 5년 전 테러단체에 가담하기 위해 아프리카 소말리아로 향하려다가 수사 기관에 발각된 전력을 갖고 있다. FBI는 신원을 확인한 뒤 숨진 두 명의 자택을 샅샅이 수색했다. 이날 수색에는 폭발물 전담반도 투입돼 용의자들의 폭발물 제조 흔적도 샅샅이 뒤졌다.
앞서 텍사스 주 지역 방송(WFAA)에 따르면 심프슨은 ‘#텍사스습격’(texasattack)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만평 전시장 습격을 예고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또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 기초한 이슬람 율법을 뜻하는 ‘샤리아’에서 따온 ‘샤리아는 빛’이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글은 “알라가 우리를 무자히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미국 LA타임스도 ‘샤리아는 빛’이라는 트위터 계정에 오른 사진은 2011년 미군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사망한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고위 간부인 안와르 알아울라키의 얼굴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공범인 수피는 의사 지망생 출신이었으나 몇 년 전 텍사스로 이주해 피자가게 등을 운영한 것 이외에는 최근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IS와 연계된 ‘외로운 늑대’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난해 사태를 예견했던 모렐 전 CIA 차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호주 시드니 도심 카페에서 인질극이 벌어지자 “이런 형태의 테러는 세계 각지에서 발생할 수 있고 미국 본토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내년쯤 미국에서 이런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사실상 미국판 ‘샤를리 에브도’로 판명되자,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표현은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언론브리핑에서 “불쾌한 표현일지라도 이것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엄호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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