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서며 챙기는 것들에 뭐가 있을까. 가방, 지갑, 자동차 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게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깜박 두고 온 날이면 하루가 왠지 답답하고 순간순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른들만이 아니다. 어느 평범한 중ㆍ고등학생의 하루는 이렇다.
‘오늘도 나의 하루는 머리맡에 두고 잔 스마트폰의 요란한 알람 소리로 시작된다. 간밤 친구들 메시지를 확인한 후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아침을 먹으며 친구들과 실시간 메시지를 한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등교해 수업시간에 인터넷 검색으로 모둠과제 정보를 찾고, 쉬는 시간에는 모여 게임도 하고 사진을 찍는다.…돌아오는 길에는 오늘 방송된 TV프로그램이나 동영상을 보며 댓글을 달고 수시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친구들의 스토리를 방문하다 잠이 든다.’
이 글처럼 스마트폰은 학생들에게 이미 분신 같은 존재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것은 학교에서 가장 가혹한 벌이 된 지 오래다. 학생들은 정보를 탐색하거나 자료를 저장 하는 등으로 이용하기보다 주로 음악과 동영상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끊임없이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 이미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중독현상이 심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도해 ‘스마트 자기주도 노트’ 개발이 시도되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트 자기주도 노트’란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하루하루를 되돌아보는 활동을 말한다.
지난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걱정이 없었던 게 아니다. 노트의 보급시기가 중학교 학생들의 경우 이미 수행평가가 모두 끝난 지난해 겨울방학이라는 시기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관심을 얼마나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개발진은 그 때문에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현장에 맞는 의미 있는 활동자료가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거듭했다. 개발단계에서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의 피드백을 여러 차례 꼼꼼히 받아 활동지를 거듭 수정해 노트를 완성했다.
그래도 ‘학생들이 이 노트를 얼마나 사용할까’ 반신반의하면서 전국의 중학교 1학년 교실에 이 노트를 보급했다. 그러나 걱정과는 정반대로 학생들 모두 정성스레 노트 적기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가졌다는 소감이 다수였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자신을 성찰할 생각의 눈이 열려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잠시 지금 손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화번호가 몇 개나 되는지 한번 적어보자. 사실 스마트 기기 이전에 사람들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의 전화번호 정도는 대부분 외웠다. 그러나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이제 가족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디지털 치매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는 무얼까?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 기능은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정보’가 외우고 기억하는 것에서 ‘검색’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렇게 편리해지는데 우리도 과연 스마트해지고 있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남의 힘을 빌리면 내 힘이 약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 편리에 젖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어느 순간 내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생활을 지배한다면 이야말로 ‘디지털 소외 현상’이 아닐까. 인성과 가치관을 정립해야 할 시기에 디지털 정보의 홍수에 맞닥뜨린 학생들이 자기주도 노트로 자신을 성찰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잠시 5인치 안의 작은 세상 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백선아 경기 소하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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