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해양&연안관리’(Ocean&Coastal Management)’가 지난해 12월 인터넷판으로 한국 갯벌 특별호를 발간했다. 이어 인쇄본이 2월에 출간됐다. 총 19편의 논문으로 구성된 특별호는 우리 갯벌이 세계의 다른 갯벌에 비해 매우 특이하다는 점과 갯벌 생태계를 확대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국제학술지에서 한국 문제를 별도로 다루는 경우가 드물고 더구나 갯벌처럼 세분화된 주제를 특별호 형식으로 발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왜 한국갯벌에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서해의 드넓은 갯벌은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이 지역 갯벌은 전체 1만8,300㎢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럽 북해 연안 와덴해의 4배에 이른다. 서해가 반폐쇄성만이면서 조석간만 차이가 크고 한강 압록강 황허 양쯔강에서 뻘과 모래가 들어오는 특수 환경이기 때문이다.
중국 장쑤성 갯벌이 넓다고 하지만 우리 서해 갯벌과 사뭇 다르다. 서해 갯벌은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선, 해안까지 바짝 다가선 산줄기, 이에 연결돼 펼쳐지는 드넓은 갯벌로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특별한 경치다. 세계의 갯벌은 육지부가 평야인 수평선 갯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갯벌에 생물종 다양성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잘 보전된 유럽 와덴해 갯벌보다도 많다.
하지만 서해 갯벌은 자연해안선의 길이가 계속 줄고 있다. 강화도에서 아산만까지 자연해안선은 2%만 남았다. 나머지는 모두 방조제다. 우리 방조제의 70%는 농업용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방조제 공사가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13㎞의 시화방조제, 36㎞의 새만금방조제도 농업용이다. 방조제 내부의 절반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인공호수이고 나머지 절반은 논으로 바꾸는 개간지다.
우리 방조제가 산업화 이후인 지난 40년 사이 주로 축조되었다면 와덴해 방조제는 1,000년 이상 관습으로 만들어졌다. 북해 연안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로마 시대부터 폭풍과 침수에 맞서고자 흙을 돋우어 동산을 만들고 둑을 쌓았다. 본격적인 방어방조제는 중세 이후에 마을 보호용으로 등장했고 20세기 초 폭풍해일을 막기 위해 35㎞의 쥬더방조제가 탄생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1970년대 이후 방조제 축조를 법으로 금지했다. 나아가 지금은 기존 방조제를 새로 디자인하면서 해수가 유통되는 구조로 바꾸고 있다.
자연해안, 방조제, 간척지 등이 뒤섞인 산업화 이후의 우리 갯벌 경관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 10년 이상 지속된 새만금 논쟁은 대규모 간척을 중단하고 갯벌을 보호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방조제는 어떻게 하고 갯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까지 진행된 강화남단과 천수만 조력댐 건설 사업은 지역주민과 해양수산부, 환경부의 반대로 중단됐다. 그러나 댐 사업은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대규모 방조제 사업을 금지하고 갯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공유수면매립법에 일정 규모 이상의 간척이나 방조제 건설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면 해결될 일이다.
우리 갯벌은 습지보전법에 따라 12개소 총 220㎢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12개 보호지구는 생태계 단위가 아니다.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만 보호하고 그 밖으로 흐르는 수로는 보호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수로와 갯벌, 하구와 연근해, 연안 해역과 외해 등의 생태계 단위, 해역 단위 보호로 전환해야 한다.
습지보전법의 ‘연안습지 정의’도 다시 내려야 한다. 습지보전법은 습지를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구분하고 내륙습지를 호, 소, 하구로 지칭하였으며 연안습지를 해안선에서 간조시의 해수면 경계까지로 했다. 내륙습지는 물이 덮이는 곳으로 했고 연안습지는 물이 빠지는 곳으로 한 셈이다. 습지보전법의 개념적 근거는 람사협약인데 이 협약은 습지를 수심 6m까지로 하고 있다. 갯벌을 생태계 관점에서 보호하려면 보호대상을 수심 6m로 확대해야 한다. 12개소로 흩어진 보호지구의 대폭 확장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찾고 이를 정책화해야 한다.
고철환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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