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NC 토종 에이스 이재학(25)은 올 시즌 전 "외국인 투수 1명이 줄었다고 하지만 지금 선수 구성으로 빠진 티가 나지 않을 수 있다"며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더욱 강하게 생긴다"고 강조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배포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재학의 시즌 초반 행보는 초라했다. 첫 등판은 비로 미뤄졌고 지난달 8일 KIA전에 뒤늦게 나갔지만 2⅔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출발부터 꼬인 이재학은 4월 한 달간 4경기(선발 3차례)에서 14⅓이닝 동안 11점을 내줘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91을 기록했다. 4사구는 무려 15개를 내줬다.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5일 LG전에서는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부상으로 등판을 거르기도 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제자의 부진을 안타까워 하면서 "딸기가 제철이 아닌가 보네"라고 씁쓸해했다. '딸기'는 이재학의 별명이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이재학은 지난 3일 부진 탈출을 알리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날 kt전에 조기 강판한 선발 이태양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나가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4사구는 1개도 없었고, 삼진은 3개를 뽑아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1㎞까지 올라왔다. 직구가 살아나니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도 배가됐다. 이재학은 직구, 체인지업 투 피치만으로 아웃카운트 6개를 쉽게 잡았다.
팀의 리드를 지킨 그는 중간 투수로 지각 첫 승을 올렸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굳은 표정의 이재학은 "선발로 잘 던지고 승리를 따냈어야 했는데"라며 "중간 투수로 거둔 1승이라 마냥 기쁜 일은 아니다"고 자책했다. 이어 "첫 경기부터 좋지 않아 심적으로 힘들었다"면서 "최일언 코치님의 도움으로 무너졌던 밸런스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집이 잡혔던 오른 검지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로도 약을 바르고 나간 이재학은 "선발 투수로 팀에 매우 미안했다"며 "1승의 의미보다 직구와 체인지업이 살아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그 동안 마음고생과 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가급적 말을 자제한 그는 "다음에 선발로 나가 잘 던진 다음 얘기를 나누겠다"며 속으로 독기를 품었다.
사진=NC 이재학.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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