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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 전반 흔드는 격, 美 통한 우회 압박ㆍ日설득 방법 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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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 전반 흔드는 격, 美 통한 우회 압박ㆍ日설득 방법 제시 필요"

입력
2015.05.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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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회의. 당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일본은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며 일본을 압박했지만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일본은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다”며 넘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발언은 결정타였다. “한일 양국이 직면한 공통의 목표가 현존하는 갈등을 훨씬 압도할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동맹 강화라는 공통 목표 앞에서 냉랭한 한일관계를 우선 풀었으면 한다며 되레 한국을 압박한 것이다.

이 장면은 한일관계를 마주한 한국의 진퇴양난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전후해 미국은 일본과 더 밀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관계 개선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외교를 고수할지, 아니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6월 22일)을 맞아 관계 개선에 조금 더 무게를 둘지 고민 중이다. 특히 일본의 영토 과거사 도발이 거세지는데도 한국은 고개를 숙이고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느냐가 딜레마다.

한일관계 딜레마 해법은 목표 재설정

한일관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일 외교 목표와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출구전략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안부 문제가 꼬여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 입장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취임 초부터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한일정상회담을 거부했던 사정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그런데 일본도 사죄를 안 하며 버티는 게 지난 2년 상황이다. 이처럼 교착 상태인 만큼 전략을 재정비해서 위안부 문제 제기의 취지를 되돌아보고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4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데 외교부나 청와대도 그게 뭔지 진짜 모르고 일본 측도 이미 해결됐는데 왜 골대를 자꾸 옮겨 또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한다”며 “우리의 단기 목표가 법적 조치인지, 금전적 배상인지, 국가 차원 사죄인지 일본에 허들을 제시하면서 해결하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원칙외교 방향은 맞는데 일본이 결단을 할 수 있도록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안부 문제 출구전략도 지금부터 마련해야

미국 등 우회로를 이용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대협이나 시민단체는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청와대나 외교부도 쏠려서 과거사가 한일관계의 100%를 차지해선 안 된다”며 “과거사 문제는 한일 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테니 미국도 나서서 중립을 지키든 일본을 설득하든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창수 센터장도 “한미일 동맹으로 가는 과정에서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걸림돌이라는 점을 미국이 깨닫도록 전략의 명확한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위안부 문제는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현안이지만 대통령이 이 문제에 집착하고, 이 문제 해결이 한일관계 정상화의 전제 조건처럼 인식되면 협상 과정에서 외교 당국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원덕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꼬리이고 한일관계는 몸통인데 꼬리가 한 번 흔들기 시작하면 몸통이 아무것도 못한다”며 “정상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식으로 한일관계의 새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이 사과해야 정상회담을 한다는 논리도 버려야 한다는 주문이 있다. 이 논리면 영원히 한일관계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집권이 2, 3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가 총리 입장에서 8ㆍ15 담화를 통해 과거사를 결자해지 하도록 일본 국내외 여론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다. 특히 미일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 법제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우려와 이해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 것도 외교당국의 과제라는 지적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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