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산을 헐떡이며 오르다 아름드리 나무를 만났다. 동아줄 같이 굵은 뿌리가 산자락을 움켜 쥐듯 힘차고 화석처럼 굳어 버린 몸통이 긴 세월 고통을 말하듯 울퉁불퉁 거칠다. 백두대간을 달리는 산봉우리가 펼쳐지는 전망 좋은 고산지대, 멸망한 왕조의 추억처럼 비장하게 서있는 고사목 사이에 자리잡은 거대한 이 나무에서 신비함 마져 느껴진다. 푸르게 솟아나는 생명의 기운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태백산 주목은 불멸을 꿈꾸는 듯 희게 빛난다. 푸르른 5월은 왕성한 생명의 계절이다.
선임기자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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