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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봄 가뭄

입력
2015.05.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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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중부지방이 봄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 최근까지 ‘가뭄이 심각하다’고 했다가, ‘반가운 비가 촉촉히 내릴 것이다’고 했고, 이어 ‘강수량이 해갈엔 못 미쳤다’고 한 것이 여러 번째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지난 달 20일 곡우(穀雨)에 맞춰서 다소 흡족한 비가 내려 “42년 만에 최악의 봄 가뭄이 해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엊그제도 봄비가 왔다지만 동족방뇨(凍足放尿) 수준이었다. 소양강댐의 수위는 건설(1973년) 이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봄 가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호(好)시절이었다는 조선 세종대왕 시절에도 그랬다. 왕조실록에 보면 세종은 봄에 지방을 시찰할 때면 으레 수레를 멈춰 들판의 풀을 뽑아오게 하였는데, 토양의 수분을 체크하기 위함이었다. 그럴 때마다 세종은 “반찬을 줄이고, 음악을 정지하고, 원통한 옥사(獄事)가 없도록 하라”고 주위에 지시했다. 이어 “전번에 비가 내려서 논과 밭에 넉넉할 줄 알았는데 여전하구나”며 한숨을 지었던 것으로 보아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봄이 되면 한반도는 이동성고기압인 중국 양쯔강기단의 영향 아래 놓인다. 동서로 늘어진 이 기단이 남쪽에 있으면 남서풍이, 북쪽에 머물면 북동풍이 분다. 한반도 태백산맥을 넘으면서(고도에 따라 이슬점이 변하므로) 한랭다습 공기가 고온건조 바람으로 바뀐다. 소위 ‘푄 현상’이다. 겨울엔 주로 한반도 남쪽에 머물기 때문에 영동지방에 겨울 가뭄이 생기고, 북쪽에 머무는 요즘에는 영서지방에 봄 가뭄이 생기게 된다. 영서지방엔 수도권 2천만 인구의 식수를 제공하는 한강이 흐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 물 부족 국가’라고 한다. ‘물 기근 국가’ 10개국이 따로 있지만 대부분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이다. 물 부족 해소의 관건은 계절과 지역에 따라 물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일이다. 현재 영서지방 댐들의 저수량은 평년의 60~70%에 불과하다. 근데 당국은 6월20일부터 우기가 시작된다는 통계를 들어 “6월19일까지 충분히 쓸 만큼은 된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가뭄이야 하늘의 뜻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내리는 물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그럴 일이 아니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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