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일한 직원이 뒤늦게 생년월일을 늦췄다면 회사는 그의 정년을 연장해야 할까? 입사 당시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생년월일이 아닌 ‘변경 후 생년월일’로 정년을 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 김대웅)는 서울메트로 직원 이모(58)씨가 “바뀐 생년월일대로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취지로 회사를 상대로 낸 정년확인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정년연장’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1984년 입사한 이씨는 28년이 지난 2012년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 출생연도 1956년이 잘못됐다며 법원에 정정신청을 해 1957년으로 1년 늦췄다. 그의 주민번호 앞자리도 ‘57’로 변경됐다.
내년에 만 60세로 정년퇴직 예정이던 이씨는 “늦춰진 출생연도에 따라 정년을 2017년으로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측은 “오랜 기간 잘못된 생년월일 기재로 인사관리상 혜택을 누려온 이씨가 정년이 임박해 뒤늦게 실제 생년월일을 주장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정년은 당초 인사기록상 생년월일로 정한다”며 거절했다.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정년 산정을 위한 생년월일은 실제 생년월일이 돼야 한다”며 A씨의 정년이 2017년까지라고 판단했고 2심 또한 동일하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사규정시행 내규에 정년을 ‘직원의 생년월일’로만 정하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준을 실제의 생년월일에 따라 산정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회사는 정년 기준이 논란이 되자 임용시 제출서류로 정년을 정하기로 뒤늦게 개정했지만 이씨에게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근로자의 육체·정신 능력을 반영하는 실제 연령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정년제 성격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생년월일 정정으로 이씨가 누리는 정년연장 혜택이 1년 6개월로 길지 않다며 이씨의 권리행사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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