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적 대립·무제한 기부 증가
선거위 사실상 기능 불능 상태
내년 말 열릴 미국 대선이 100억 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금권선거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자금을 규제하는 역할을 하는 미 연방선거위원회(FEC)가 사실상 기능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앤 레이블 FEC 위원장은 최근 미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금권선거를 규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거의 포기했다”면서 “내년 대선에서 쓰일 정치자금 규모가 사상 최고인 1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조치는 너무나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이블 위원장은 “나는 금권선거 규제를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이상적인 환상을 꿈꾸지도 않는다”며 “사람들은 FEC가 기능 장애라고 말하는데 FEC는 이 보다도 못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레이블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FEC가 정책 결정을 통해 정치자금 규제 등에 나서야 하지만 심각한 당파적 대립으로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FEC는 다른 연방정부 기구와 달리 6명 위원 중 3명이 야당(공화당)이고 여당(민주당)과 무당파는 각각 2명, 1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정파 간 대립으로 의견이 항상 3대 3으로 팽팽히 맞서면서 규제 적용 등을 위한 합의점을 전혀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블 위원장은 “공화당 쪽 FEC 위원들은 명백한 불법 정치자금 사례가 아니고서는 법적 제재 조치를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적절한 법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정치적 과정에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레이블 위원장은 미 대법원이 2010년 ‘슈퍼 팩’(PACㆍ정치활동위원회)으로 불리는 정치자금 모금단체에 무제한 기부를 허용한 이후 FEC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슈퍼 팩의 증가와 헐거워진 FEC의 규제로 내년 대선에서 소요될 정치자금이 1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레이블 위원장은 이를 타개할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정치자금법 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제제 조치를 취하기 위한 무익한 시도를 하기 보다는 이러한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 결정을 통해 정치자금 규제 등을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위반 사례를 공개적으로 알려 대중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뜻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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