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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후 체제 탈피,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 '발톱'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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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후 체제 탈피,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 '발톱' 드러내다

입력
2015.05.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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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패권 中에 못 넘겨", 상륙작전 가능 해병대 기능 도입

아베 방미로 방위 지침 개정 합의, 자위대 한반도 공역 진입 길 터

미국 해병대와 일본 자위대의 미ㆍ일 공동훈련 장면. 이들은 지난 2013년 2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클레멘테섬 훈련장에서 적에게 빼앗긴 낙도를 되찾는다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공동훈련을 실행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해병대와 일본 자위대의 미ㆍ일 공동훈련 장면. 이들은 지난 2013년 2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클레멘테섬 훈련장에서 적에게 빼앗긴 낙도를 되찾는다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공동훈련을 실행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세기에 누린 일본의 동아시아 패권을 이대로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총선거 당시 집권 자민당의 캐치프레이즈는 “일본을 되찾자”였다. 보통의 일본인과 달리 우익들은 이 구호를 중국과 연결 지어 해석한다. 전후 70년의 세월을 거친 지금 일본은 더 이상 패전국이 아니며, 급부상하는 중국을 막고 다시 과거의 영광을 차지하고 싶다는 게 우익들의 본심이다. 이런 세력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며 성장한 인물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다. 일본 우익언론들은 아베총리의 미국방문 성과를 “일본을 일으켜 세우는 사명”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필생의 과업으로 꼽는다는 전후체제 탈피 및 ‘보통국가화’는 이번 미국일정으로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 미일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합의가 집단자위권 용인, 관료의 문관우위 규정 폐지 등으로 본격화한 보통국가화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아베 정권 출범 2년 반, 보통국가를 향한 안보정책 전환은 일사천리로 진행돼왔다. 안보정책의 사령탑이 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이 첫 번째였다. 정상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총리 관방장관 외무장관 방위장관 등을 중심으로 핵심각료가 수시로 국가안보현안을 협의토록 제도적 장치를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이 발표하는 ‘국가안보전략(NSS)’에 상응하는 일본판 국가안보전략서를 책정키로 했다. 전략문서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특정비밀보호법 시행으로 논란의 소지를 원천봉쇄하고, 무기수출 금지 3원칙을 철폐하는 등 줄줄이 군사적 재무장을 위한 족쇄를 풀어나갔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대표적 공격형 전력으로 분류돼 보유가 금기시 돼온 해병대 기능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2017년 3월을 목표로 진행중인 국방계획 중 상륙작전이 가능한 수륙기동단 창설이 포함돼 있다. 평화헌법 제9조에서 밝힌 ‘전수(專守)방위’개념을 사문화시키는 수순이 한창 진행중인 셈이다.

새 가이드라인에선 종전의 ‘주변사태’란 지리적 개념을 없애고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중요 영향사태’란 새 개념을 도입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産) 자민당 부총재는 3일 NHK방송에서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사례로 극단적 예를 제시했다. 중동 호르무즈 해협이 기뢰로 봉쇄돼 원유수입이 막히는 경우를 상정 “국내에 연료가 없어져 냉한지에서 동사자가 속출한다는 것은 국민의 권리가 근저부터 뒤집힌 것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미군을 등에 업은 자위대는 이제 한반도 공역과 해상 작전구역에 수시로 드나들 제도적 여건을 마련했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물론 지역 내 군비경쟁과 패권경쟁을 자극할 게 자명하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충돌은 역사적으로 한반도 피해와 직결돼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와 관련, 군사대국화를 시도하는 아베 정권의 장단에 맞춰 일본 내 보수정서도 춤을 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서점가엔 흥미위주의 각종 군사잡지가 넘쳐난다. 일본 서쪽 해상전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는가 하면, 한국과 일본, 일본과 중국의 군사력을 비교하는 저급잡지들이 가판대를 장식하는 실정이다.

지난달엔 70년 전 태평양전쟁 당시 침몰한 일본전함 무사시의 잔해가 필리핀 인근 바다에서 발견돼 매스컴을 달궜다. 이런 소식들은 침략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것 외에도 우익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무사시는 길이 263m에 7만톤이 넘는 당시 세계 최대 전함 야마토와 거의 같은 급으로 포탄 한 발 무게만 1톤이 넘는다. 일본인들은 당시 최고 수준이던 일본의 기술력이나 국력을 떠올리며 전함을 복원해 전시하는 이벤트 등에 더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우경화 흐름에 휩쓸려가는 일본이 실제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것이란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양측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국지전 형태로 군사적 시위에 나설 개연성은 배제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대상지는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가 첫 손에 꼽힌다. 한반도 제주도 남쪽 코앞에서 중일간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은 우리에게 매우 꺼림직한 악몽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새 가이드라인이 대북억지력 차원의 한미일작전 실효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면서도 “자위대의 한반도 주변 활동 증가로 우리에 대한 잠재적 위협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경계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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