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시장 규모 7년 새 10배 급증
지상파가 끈질기게 인상 요구
VOD 300~500원 올리기로 합의
소비자 부담만 늘어난 셈
올해 7주년을 맞은 인터넷(IP)TV가 지상파 방송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방송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문형비디오(VOD)로 TV프로그램을 골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고 매출도 1조원에 이른다.
이에 생존 위협을 느끼는 지상파 방송사들과 IPTV 업체들 간에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급기야 싸움의 불똥이 이용자들에게 튀어 이달부터 VOD 가격이 오르게 됐다.
3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따르면 IPTV가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의 VOD 가격이 이달 11일부터 오른다. 현재 편당 1,000원인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고화질(HD)용 VOD는 1,500원, 700원인 일반 화질(SD)용은 1,000원으로 인상된다. 단, 인상 가격은 각 방송사가 지정한 5개 인기 프로그램에 우선 적용되고, 연말까지 모든 프로그램으로 확대된다.
VOD 가격 인상은 IPTV와 지상파 방송사들 간 힘겨루기의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의 가입자는 총 1,083만7,090명으로 전년(861만3,578명) 대비 25.8% 증가했다. 덩달아 IPTV 시장 규모도 2008년 1,140억원에서 2013년 1조1,251억원으로 10배 불어났다.
이 같은 IPTV 성장은 VOD에 힘입었다. VOD는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등을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골라 유료 또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사람들이 실시간 TV 시청보다 VOD를 이용하면서 IPTV 3사의 유료 VOD 매출은 2010년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약 4,200억원에 달했다.
VOD가 인기를 끌수록 지상파 방송들의 실시간 시청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방송 광고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들에는 생존이 달린 민감한 문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수입 감소로 발생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해 초 IPTV 업체들에게 VOD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IPTV 업체들은 VOD 수익 감소를 우려해 반대했으나 결국 종전 가격대비 약 50% 선에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IPTV와 지상파 방송사들 간에 싸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를 넘기도록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재송신료 협상도 숙제로 남아 있다. 재송신료란 IPTV업체들이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 내보내는 대가로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가입자 1명당 월 280원인 재송신료를 350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IPTV업체들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지상파 방송의 전송료를 더 달라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IPTV 업체들은 계속되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금 인상 요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자 콘텐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미국 방송사 HBO 프로그램을 국내 독점 공급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워너브러더스ㆍ소니픽처스 등 해외 유명 영화배급사와 손잡았다. IPTV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VOD 서비스업체인 미국 넷플릭스가 내년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방송시장마저 해외 업체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관련 업체들이 갈등보다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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