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의문 문구 수정해야"
까다로운 요구로 지연 '외교 망신'
유엔이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에 설치할 예정인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발목이 잡혔다. 애초 2015년 3월 개소를 목표로 했으나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유엔 간 협의가 난항을 겪는 바람에 전체 일정이 지연되면서 외교적 망신을 자초했다.
3일 외교부, 국회 외교통일위 등에 따르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해 2월 발표한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권피해 실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직 설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지난해 5월 한국에 북한인권사무소를 설치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유엔 정부 서울시 간 협의가 이뤄졌고 3월까지 서울 서린동 서울글로벌센터에 직원 6명이 상주하는 사무소를 개설키로 했다.
하지만 느닷없는 암초가 등장했다. 국제기구 사무소가 한국에 설치되는 만큼 활동 원칙 등을 유엔과 정부가 협의해야 하는데 OHCHR의 요청에 정부가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OHCHR 측은 북한 인권 신장을 위한 여러 행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협의문 초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탈북자나 한국인 등이 자유롭게 북한과 한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부처 협의에서 “이런 문구가 협의문에 들어가면 국보법 위반 사범을 처벌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결국 2월부터 두 달 가량 협의가 교착되다 유엔 측이 ‘완전한’이라는 문구 제외를 수용하는 쪽으로 정리되면서 6월로 사무소 개소가 늦춰졌다.
게다가 정부가 OHCHR 측에 북한인권사무소 행사 활동 참여자들의 한국 국내법 준수 의무까지 담자고 했고, OHCHR 측은 이 부분까지 수용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다른 나라에 국제기구 사무소를 설치할 때 이 정도로 까다롭게 문구 수정을 요구한 경우는 흔치 않아 유엔 측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제기구 사무소가 들어오는 만큼 합의문이 필요해 협의 과정에 시간이 걸렸다”며 “국보법 문제 때문에 지연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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