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치매 할머니에 자기 신발-양말 신겨줘
실종된 치매 노인을 발견하고 자신이 신고 있던 신발과 양말까지 벗어 신겨준 ‘맨발의 여순경’의 영상이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3일 전북 진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A(84세)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헬기와 경찰력을 총동원해 진안군 주천면 용담댐 저수지 인근 일대를 수색했다. 여성청소년계에 근무하는 여경 최현주(사진ㆍ26) 순경도 수색에 투입됐다.
최 순경은 신고가 접수되자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고, 밤샘 수색을 하던 중 길을 잃은 할머니를 하천 풀숲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실종된 지 19시간 만이었다. 발견 당시 할머니는 이미 탈진한 상태였다.
최 순경은 할머니를 발견한 뒤 헬기 지원을 요청했고, 함께 병원으로 이동했다. 후송 도중 최 순경의 눈에는 할머니의 맨발이 들어왔다. 하천을 건너고 흙투성이 산을 걷느라 신발은 사라졌고 발은 찢겨 차갑게 식어 있었다. 최 순경은 신고 있던 양말과 신발을 벗어 할머니의 발에 신겼고 자신은 맨발로 할머니의 침상을 끌고 응급실로 뛰기 시작했다. 할머니 가족이 올 때까지 놀란 할머니 곁을 지키며 다독이기도 했다.
최 순경의 맨발 선행은 경찰헬기 부기장의 휴대폰에 우연히 촬영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진안경찰서 관계자는 “육ㆍ공 합동 수색 사례로 영상을 남기려다 뒤늦게 최 순경이 할머니를 이송하는 모습에서 맨발 상태인 것을 발견했다”며 “나중에 물어보니 할머니 발이 너무 차가워 자신의 양말과 신발을 벗어 드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 순경의 선행 영상은 전북경찰청 페이스북(www.facebook.com/poljeonbuk)에 올라와 있다.
앞서 2012년 12월 미국에서도 뉴욕경찰 래리 디프리모(당시 25세)가 타임스스퀘어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자를 발견, 털부츠와 보온양말 두 켤레를 사서 전달한 사실이 알려져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최 순경 또한 임용된 지 9개월밖에 안 된 새내기 경찰이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