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후 낙선 인사ㆍ민심 청취
쇄신ㆍ통합의 카드 제시할지도 관심
주민들 "절박함 읽었나 지켜보겠다"
천정배 의원 "때 되면 의견 나눌 것"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일 광주를 찾는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완패를 당한 이후 책임론이 강하게 불어 닥치고 있는 가운데 호남 민심을 보듬어야 한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천정배 의원이 선언한 ‘호남발 야권 재편’의 강풍을 잠재우기 위해 문 대표가 어떤 쇄신과 통합의 카드를 제시할지 주목된다.
문 대표는 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광주로 내려가 낙선 인사와 함께 민심 청취에 나설 예정이다. 문 대표는 경로당, 마을회관, 향토문화마을 등에서 노년층 의견을 주로 듣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재보선 기간 동안 1박 2일씩 ‘숙박 유세’를 할 때도 노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문 대표는 또 광주 유권자들을 향해 재보선 참패에 대한 성찰의 뜻을 밝히고 조영택 후보 지지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할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문 대표가 광주 시민들로부터 자신이나 당이 잘못한 점을 직접 듣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일정”이라며 “동반 인원을 최소화하고 조 후보도 동참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는 지난 재보선 기간 동안 광주를 6차례나 찾는 등 선거가 치러진 4개 지역구 중 가장 많은 공을 들였으나 천정배 의원에게 참패했다.
문 대표의 광주행은 내부 결속의 의미가 강해 보인다. 천 의원이 ‘야권재편론’에 불을 지핀 가운데 당내에서도 문 대표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 때만 반짝 공을 들이는 모습으로는 돌아 선 광주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진지한 반성으로 문 대표가 광주를 찾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광주행이 돌아선 광주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직까지 광주 민심은 ‘지켜 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번 선거에서 천정배 의원을 찍었다는 택시기사 차모(63)씨는 “문 대표나 새정치연합에게 회초리를 든 이유는 지금처럼 해서는 내년 총선이든 대선이든 다 소용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며 “문 대표가 그런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알아듣고 바뀌려 하는지는 천천히 살펴 볼 일”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40)씨는 “문 대표가 광주 몇 번 오는 것으로 광주 민심을 얻으려 한다면 오산”이라며 “광주의 밑바닥 민심을 읽고 이를 가감 없이 전해줄 인재를 영입하고 적극 활용하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에서 기자와 만난 천 의원은 “문 대표나 새정치연합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광주와 호남 민심을 알아가는 노력을 한다면 반가운 일”이라며 “때가 되면 언제든 (문 대표를) 만나 의견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어떤 쇄신 카드를 꺼낼지도 관심사다. 당내에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 분열의 후폭풍을 재확인한 만큼 야권연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이다. 정국 주도권을 상실한 문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지도 주목된다.
광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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