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대전료 1억2500만원 불구
화끈한 난타전 없는 빅매치 그쳐
파퀴아오도 느슨한 경기로 실망
하이라이트 장면은 없었다. 승자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ㆍ미국)에게는 야유가 쏟아졌다. 메이웨더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실리를 챙기는 전략으로 ‘세기의 복서’왕관을 차지했다.
메이웨더는 3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ㆍ세계복싱기구(WBO)ㆍ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에서 매니 파퀴아오(37ㆍ필리핀)를 12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118-110 116-112 116-112)으로 이겼다. 1996년 프로 데뷔 이후로 한번도 진 적 없는 메이웨더는 48승 무패를 이어가면서‘무패 복서’ 타이틀을 지켰다.
하지만 역대 최고의 돈 잔치가 벌어진 데에 비해 경기 내용은 실망을 자아냈다. 인터넷에서는‘메이웨더는 링 위에서 춤을 추다가 내려왔다’, ‘그가 진심으로 부끄럽다’는 댓 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번 경기는 대전료만 2억5,000만달러(2,700억원)에 달했다. 두 선수가 12라운드(2,160초)를 모두 소화해 초당 대전료는 1억2,500만원 꼴이다. 메이웨더가 총 대전료 중 1억5,000만달러를 챙겼고, 패자 파퀴아오도 1억달러를 가져갔다. 관중수입만 7,000만달러(752억원)에 달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스팅,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패리스 힐튼, 클린튼 이스트우드 등 미국 영화계와 스포츠계 빅스타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 현장은 축제 분위기로 넘실댔다.
하지만 경기내용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메이웨더는 늘 그렇듯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 관심이 많았다. 시종 왼손으로 거리를 가늠하던 메이웨더는 유효타 위주의 펀치를 뿌렸다. AP통신은 “메이웨더가 435차례 펀치를 날려 148개를 적중한 반면 파퀴아오는 429차례 주먹을 뻗어 81회 적중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양 선수가 사정 없이 주먹을 주고 받는 불꽃 대결을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경기가 펼쳐졌다.
실망스럽기는 파퀴아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지에서 판정으로 가면 패배할 것이 뻔한 ‘그림’이었지만 파퀴아오는 모험을 걸지 않았다. 3,4라운드에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으며 속사포 펀치를 날리는 모습이 포착 됐지만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경기 후반에는 이렇다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쇼맨십에 능한 메이웨더는 11라운드 들어서야 무게 중심을 몸 앞으로 옮긴 후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두 선수 모두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메이웨더는‘프리티 보이(Pretty Boy)’라는 별명답게 상처 하나 남지 않은 매끈한 얼굴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화끈한 난타전 대신 싱거운 판정으로 승부가 마무리 되자, 일부에선 두 사람의 리턴 매치를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또 한번의 ‘세기의 대결’을 위해 이번 경기에서 일부러 힘을 아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9월 한 차례 경기를 더 치른 뒤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은 메이웨더와 소속사 쇼타임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다. 또 메이웨더는 1경기에서 더 승리하면 미국의 전설적인 헤비급 전 챔피언 로키 마르시아노의 49연승(43KO)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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