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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두견새

입력
2015.05.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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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언론에서 두견새를 많이 접한다. 중앙일보에 연재 중인 김종필(JP)증언록에도 엊그제 두견새가 등장했다. 한일협정 돌파구를 연 김종필_오히라 회담 대목에서다. 청구권 규모 협상에 진전이 없자 JP는 일본 전국시대 두견새 고사를 꺼냈다. 울지 않는 두견새를 놓고 오다 노부나가는 죽여버려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기까지 기다리자고 했다는 고사다. JP가 이 얘기를 하며 도요토미 방식으로 일이 되도록 만들자고 하자 오히라는 놀라며 속내를 드러내 협상 실마리가 풀렸다는 것이다.

▦ 지난달 초에는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로 시작하는 국민애창곡 ‘소양강 처녀’의 주인공 논란이 일단락됐다는 기사가 언론에 실렸다. 작사자 고 반야월 선생과의 인연을 주장해온 두 여인을 강원도가 모두 실재 주인공으로 인정했다는 내용이다. 접동새라고도 부르는 두견새는 예부터 수 많은 시와 노랫말에 등장해왔다. 소월의 ‘접동새’(접동/접동/아우래비 접동), 임희섭 작사 이미자 노래 ‘두견새 우는 사연’(달 밝은 이 한밤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등등 헤아릴 수 없다.

▦ 이렇게 흔히 접하는데도 요즘 사람들은 두견새가 어떤 새인지, 어떻게 우는지 거의 모른다. 막연히 깊은 밤에 슬피 우는 새이겠거니 하거나 소쩍새와 같은 새로 여긴다. 그러나 두견새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 종류로, 부엉이과의 소쩍새와는 전혀 다르다. 소쩍새는 ‘소쩍궁 소쩍궁’ 3박자로 울고, 두견새는 ‘쪽박바꿔줘’ 또는 ‘쪽박바꿔줘어’하고 5, 6박자로 운다. 소월의 ‘접동새’ 중 ‘아우래비 접동’은 6박자 울음을 묘사한 것 같다.

▦ 옛 문학에 등장하는 귀촉도 자규 불여귀는 모두 두견새를 지칭한다. 문인들조차 이를 소쩍새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문학사 연구에 혼란이 일고 있다. 수 년 전부터 서울 경기 일원에서는 두견새 소리를 듣지 못했다. 뻐꾸기 무리 중 가장 작은 두견새는 휘파람새 둥지에 탁란을 하는데, 이 휘파람새가 서울 경기 일대에서 사라지면서 더 이상 날아오지 않는 것 같다. 생태계 고리 파괴의 희생물이 된 두견새는 여전히 슬픈 새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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