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배 중 요리를 잘하는 형이 있어 이렇게 물어본 적 있다. “형, 어떻게 하면 요리를 잘 할 수 있어요?” 당시 나는 요리라곤 엄두도 못 내는 자취 초보. 선배는 잠깐 나를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요리는 아이큐 100만 넘으면 다 한다.” 순간, 절망했다. 그 절망의 내용이 내 아이큐가 두 자릿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해서인지, 선문답 같은 선배의 말에 담긴, 비아냥과 조소의 어감 때문이지 아직도 헷갈린다.
나이 들면서 음식 가려먹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지리멸렬한 생활에 나름 반전이 필요하다는 자각도 들어 최근 요리에 재미가 들렸다. 이래저래 썰고 지지고 데우며 찌개나 볶음 등을 시도해 봤다. 맛이 괜찮았다. 궁합 맞는 재료와 절차, 그리고 적절한 시간 등이 요리의 관건이라는 걸 알게 됐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먹어왔던 ‘맛의 기억’을 되새기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흥미를 느끼니 생활의 다른 면에도 윤기가 생겼다. ‘들어왔던 기억’을 떠올려 노래도 만들고, 글쓰기나 타인에 대한 약간 다른 시각이 생겼다. 이를테면, 정격화된 레시피보다 내가 가진 맛의 기억이 더 나다운 것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두 자리든 세자리든 종이 위의 퀴즈 따위로 인간의 능력과 재주를 감별할 수는 없다는 새삼스런 자각.
국을 끓인다. 이 세상엔 없고, 이 집에만 맴도는 냄새가 번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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