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8강전 제2국
백 박정환 9단 흑 이태현 5단
장면 9 중앙 백 대마가 완생하는 순간 사실상 이 바둑의 승부도 결정됐다. 당장 상변 흑이 위험하므로 이태현이 1로 지켰지만 박정환이 2, 4를 선수하자 우변 흑 대마도 아직 확실히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러나 박정환은 굳이 대마를 잡을 생각이 없다는 듯 6, 8로 좌상부터 알기 쉽게 경계선을 정리했다. 흑A로 이으면 백B로 좌하귀를 지켜서 반면으로도 백이 나쁘지 않은 형세다.
그래서 이태현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좌상귀를 방치한 채 먼저 13을 차지했다. 참고1도 1을 두면 2, 4의 끝내기를 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그래도 백의 승리는 변함없지만 상대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도발’하자 박정환이 즉각 ‘응징’에 나섰다.
14가 날카로운 급소 일격이다. 흑 대마가 그냥 살 수 없다. 참고2도 1은 2부터 6까지 파호해서 간단히 잡힌다. 15, 17로 패 모양을 만드는 게 최선이지만 이거야말로 백의 꽃놀이패여서 흑이 도저히 이길 수 없다. (21 … 15) 박정환이 22로 패감을 쓰자 이태현이 더 버티지 못하고 돌을 거뒀다. 178수 끝, 백 불계승. 랭킹 1위 박정환이 명인전에서 처음으로 4강 고지에 올랐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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