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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기의 문화공간, 대학로

입력
2015.05.0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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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연휴를 맞아 가 볼만 곳으로 대학로 같은 문화공간을 꼽을 수 있다. 대학로는 인사동이나 홍대 주변 거리 등과 더불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특히 연극과 뮤지컬 등을 공연하는 극장들이 집중되어 주말이나 연휴에는 엄청난 인파로 문화공간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지난 3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서 연극인들이 상여를 둘러 업고 곡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대학로에 문을 열고 공연을 시작한 지 28년째인 소극장 ‘대학로극장’이 폐관 위기를 맞자 이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것이다. 폐관 원인은 임대료 급등 때문인데, 건물주가 현재 월 340만원인 임대료를 440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대학로는 본래 서울대가 있었던 자리다. 이 학교가 1975년 관악산 기슭으로 이전한 뒤 한적한 주택가였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소극장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무대는 유동인구를 늘렸고, 음식점이나 다른 여러 서비스업종들도 끌어들이면서 붐비게 되었다. 이후 대학로는 ‘연극의 메카’라는 상징성을 가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4년 대학로 일대 지역이 서울시로부터 문화지구로 지정 받았다. 지정 당시만 해도, 문화예술인들은 정부 지원으로 문화공간이 한층 더 발전할 것을 기대했다. 실제로 공연장 수는 2004년 57곳에서 2008년 109곳으로 늘었고, 그 이후에도 늘어 한때 200여곳에 달했다. 또한 2005년 6,000개 정도였던 상업시설들도 그 후 1만여 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문화지구 지정 이후 늘어났던 소극장들은 다시 줄줄이 문을 닫게 된 반면, 대학이나 대기업들이 소유ㆍ운영하는 대형극장들과 각종 상업시설들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객석 70~150석 규모의 소극장들이 폐관한 것은 정부의 문화지구 지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 지정은 공연장의 건물주에게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었지만,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실제 거의 아무런 혜택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지구 지정 이후 대학과 대기업의 대형극장이 들어오면서 건축물 가격이나 임대로는 급등한 반면, 극장들 간 경쟁 과열로 관객 유치는 오히려 어렵게 되었다. 건물비나 임대료 상승이 관람료 인상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돈 되지 않는 작품은 무대에서 사라지고, 상업적 경쟁력을 가진 뮤지컬과 코미디류, 대형스타 마케팅 공연 등만 살아남게 되었다.

대학로의 소극장들은 이 지역을 우리나라 대표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킨 주역이다. 이런 소극장이 대학로에서 사라지고 대형극장만 남게 되면, 연극 생태계는 다양성 상실로 붕괴될 것이다. 남아 있는 소극장일지라도 100석 남짓한 객석을 매일 관객들로 가득 채운다고 해도 임차료와 제작비 상승으로 운영이 어려워 결국 도태되게 된다. ‘대학로극장’ 대표는 “연극은 끝났고, 무대는 사라졌으며, 대학로는 죽었다”라는 말까지 했다.

대학로 문화공간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연극은 문화예술인과 관객이 서로 교감하는 소통의 예술이다. 공연장은 연극인과 시민 누구나 참여하여 공연을 통해 의사소통하고 문화적 복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공유의 공간이다. 정부는 이러한 공간을 새로 활성화하거나 구축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만약 정부의 지원과 자유로운 공연 활동의 보장이 없다면, 대학로의 문화공간은 결국 사라지거나 또는 상업적 성향을 가진 문화만 살아남는 상업공간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열정적인 문화예술인들은 공연장을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서울시 변두리나 교외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 우리는 대학로가 가지는 문화적 상징성과 거기에 담긴 엄청난 상징자본의 가치를 잃고 말 것이다.

최병두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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