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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버리고 亞 잡는다… 美, 동북아 외교 흔들자 '현기증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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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버리고 亞 잡는다… 美, 동북아 외교 흔들자 '현기증 정세'

입력
2015.05.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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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ㆍ아프간 전쟁 10년 넘게 해도 지역구도 원하는 대로 안돼 발빼기

아태지역은 2020년까지 고성장, 무역 질서 장악 통해 새 동력 확보

日 대리자 세워 中 견제 노골화, 한일과 더 강한 3자 동맹도 모색

‘중국, 미ㆍ일 정상 회담장을 꽉 채운 코끼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백악관 정상회담 하루 직전인 지난달 27일, 뉴욕타임스의 관련 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정상 회담의 핵심 의제는 회담장(백악관 집무실)에 없는 다른 지도자, 즉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이 TPP를 통해 무역 규칙을 만들지 못하면, 중국이 곧바로 이 지역의 무역규칙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부분도 함께 소개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적 성향을 탐탁해 하지 않으면서도 환대한 까닭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대리자 일본을 내세워 중국을 확실히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을 방문한 중국 왕양(汪洋) 부총리가 “미국의 지도적 지위에 도전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고 말했던 것처럼, 두 나라의 국력 격차는 여전하다. 그러나 해마다 그 격차가 축소되고, 안보ㆍ경제ㆍ문화 등 전 분야에서 미ㆍ중 대립 구도가 격화하고 있다.

군사 측면에서 중국이 본토에서 1,000㎞ 떨어진 제1도련(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 서쪽 해역을 잇는 선) 이내로 접근을 저지하는 ‘반접근ㆍ지역거부’ 전략을 펴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공해전투(空海戰鬪) 혹은 원해통제(遠海統制) 개념으로 맞서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도 미국이 TPP에 박차를 가하자, 중국은 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제 구축에 노력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중심으로 ‘아ㆍ태 자유무역지대’(FTAAP) 협정의 체결을 주도하고 있다.

요컨대 미국이 동북아 지역의 안보 구도에서 일본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은 ‘발톱을 감추고 있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지역질서’에 도전하는 걸 사전 견제하려는 포석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동북아 외교지형을 흔들게 된 보다 근원적 이유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 변화에서 ‘부상(浮上)하는 중국’이 겉으로 드러난 외생변수라면, 오바마 대통령의 세계전략인 ‘아시아 재균형’전략은 본질적 내생변수다.

‘아시아 재균형’혹은 ‘아시아 회귀’ ‘아시아 중시’로도 불리는 이 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중동을 버리고 아시아를 얻는다’이다. 이는 중동에는 미국이 챙길 이익이 별로 없지만, 아시아에는 넘쳐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10년 넘게 이라크ㆍ아프간 전쟁을 치렀는데도 원하는 지역 구도가 형성되지 않자, 워싱턴의 미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중동은 개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예외적 지역’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셰일 혁명’으로 중동지역 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크게 떨어진 것도 중동의 전략적 가치를 낮춰 볼 수 있게 한 요인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마음이 떠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는 적대국 이란과의 핵 협상이다. 이란을 압박해 미국이 원하는 질서를 실현하려는 기존 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이란ㆍ사우디ㆍ이스라엘 등 지역 강국들에게 ‘다자적 관리’ 책임을 맡기는 방법으로, 미국의 개입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반발 등과 같은 이 지역 동맹국의 불만까지도 일정부분 감내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ㆍ태지역은 202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지역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미국으로서는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시아 중시’전략을 새로운 세계전략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럽ㆍ중동을 관리하는 것처럼, 한미동맹이나 기존의 미일동맹보다는 한 단계 진화한 경제ㆍ안보 분야의 한미일 3각 동맹을 대 중국 견제의 핵심 틀로 모색하고 있다.

2011년 첫 등장한 ‘아시아 중시’전략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슬람국가(IS) 반군 등 중동정세 악화로 유명무실한 상태였으나, 올 들어 미 경제가 급속히 회복하면서 ▦이란 핵 협상 진전 ▦한ㆍ중ㆍ일 정상의 연쇄 방미 등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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