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매 상습 공갈단도 덜미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운전자는 대개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한다. 음주운전에 사고 사실까지 더해져 면허 취소 등 처벌 강도가 세지는 탓에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피해자를 설득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법 규정과 음주운전자의 심리를 노린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1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구속된 조모(45)씨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충남 일대에서 자신 소유의 고급 외제차 아우디 A8 등을 이용해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만 골라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운전자나 보험사로부터 돈을 뜯어냈다.
조씨는 나이트클럽이나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1월 27일 아산시 풍기동의 한 나이트클럽 주차장에서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발견한 조씨는 전조등까지 끄고 1㎞가량을 쫓아가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려는 순간 뒷범퍼를 들이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오토바이로 음주운전 차량과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낸 뒤 현장에서 합의금 8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조씨가 가로챈 돈은 15차례, 2억2,000여만이나 됐다.
부산에서는 음주운전자를 상습 협박한 70대 남매 공갈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설모(71)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승용차로 남구 대연동의 한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 음주운전자 이모(60)씨가 모는 승합차에 뒷범퍼를 살짝 긁혀 수리 비용 명목으로 46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설씨는 이후에도 신고를 미끼로 3차례나 추가 합의금을 독촉했다. 이씨를 압박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에 음주운전 뺑소니 진정서를 내 기어이 800만원을 뜯어냈다. 그는 차에 동승하지 않은 누나(73)를 허위로 입원시켜 보험금 697만원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운전자들이 음주운전 사고는 과실 비율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사기 사건이 빈발하는 것”이라며 “의도적인 협박과 사기가 의심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