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술 빼돌린 혐의로 듀퐁에 피소
6년 걸친 소송 분쟁에 종지부
벌금 포함 총 3770억 5년간 분납
코오롱그룹이 최첨단 섬유소재인 ‘아라미드(Aramid)’를 둘러싸고 지난 6년간 미국 듀폰과 벌여온 민ㆍ형사소송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코오롱은 아라미드 섬유 판매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소송 악재’를 털어내고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코오롱은 1일 듀폰과 미국 버지니아주 동부지법에서 진행해온 영업비밀 관련 민사소송과 미국 검찰 및 법무부가 제기한 형사소송이 모두 종료됐다고 밝혔다. 코오롱은 이번 합의에 따라 듀폰에 2억7,500만달러(2,860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며, 벌금으로 8,500만달러(910억원)를 내게 된다. 민사소송 합의금과 벌금은 향후 5년에 걸쳐 분납한다.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아라미드와 관련한 민ㆍ형사 분쟁을 해결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합의로 코오롱은 자유롭게 아라미드 사업의 성장과 시장확대를 위해 전력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합의로 코오롱은 자사의 아라미드 브랜드인 ‘헤라크론’ 제품을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돼 전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라미드 섬유는 나일론 이후 고분자계에서 가장 획기적인 소재로 평가 받고 있으며 아무리 힘을 가해도 거의 늘어나지 않아 최적의 플라스틱 보강재로 꼽혀왔다. 특히 강철보다 가볍지만 강도는 훨씬 높고 고열에도 잘 견뎌 방탄조끼와 방탄복, 내열재 제조에 사용되는 고급 섬유소재로 부각됐으며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과 항공소재, 스포츠용품 등으로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아라미드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2조원 정도로 매년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그 동안 미국의 듀폰과 일본의 데이진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며 양분해왔다. 코오롱은 국내에서 가장 큰 아라미드 생산업체로 경북 구미에 연간 5,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갖췄지만 듀폰과의 장기소송에 휘말리면서 수출을 확대하는데 애를 먹었다.
듀폰은 앞서 2009년 아라미드 제조기술을 빼돌려 영업비밀을 침해한 혐의로 코오롱을 고소했다. 듀폰은 해고당한 직원이 코오롱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자사의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영업비밀을 불법 취득했다고 주장하며 코오롱을 고소해 2011년 미국 법원으로부터 1조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코오롱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판결이 내려져 재심이 필요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두 회사는 한국 검찰에도 서로를 맞고소하며 난타전을 벌이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이번 합의로 6년 간의 소송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