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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그릇 섞을 땐 메인색 정하는 게 중요… 경쾌함 살리려면 기하학 패턴으로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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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그릇 섞을 땐 메인색 정하는 게 중요… 경쾌함 살리려면 기하학 패턴으로 포인트

입력
2015.05.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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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과 파란색을 메인 컬러로 잡고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화려한 문양이 있는 접시와 단색 접시를 겹쳐 놓아 테이블에 부피감을 주는 동시에 격식도 살렸다. 초록의 식물을 곁들이면 5월의 신록을 환기시키는 목가적 분위기가 연출된다. 단색 접시는 이딸라의 띠마 라인, 무늬 접시는 따이가 라인. 이딸라 제공
흰색과 파란색을 메인 컬러로 잡고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화려한 문양이 있는 접시와 단색 접시를 겹쳐 놓아 테이블에 부피감을 주는 동시에 격식도 살렸다. 초록의 식물을 곁들이면 5월의 신록을 환기시키는 목가적 분위기가 연출된다. 단색 접시는 이딸라의 띠마 라인, 무늬 접시는 따이가 라인. 이딸라 제공

미셸 오바마만 ‘믹스 앤 매치’인가. 우리 집에도 공식 만찬이 있다. 특히 가정의 달 5월은 가족모임이 수두룩해 제법 각잡고 상 차릴 일이 많다. ‘모이면 외식’이 식문화의 대세가 됐지만, 다과상이라도 차려야 하는 임무는 피할 수 없는 노릇. 그릇장을 뒤져 우리도 ‘믹스 앤 매치’ 솜씨 한번 뽐내보자.

한국의 주부들이 가장 사랑하는 그릇 회사들을 찾아보았다. 해외 직구의 영향 탓일까. 애석하게도 유럽 식기업체가 대부분이다. 영국부터 핀란드까지, 오묘한 색감과 세련된 디자인 때문에 유럽 그릇을 수집하는 미혼 여성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한식 상차림의 고민은 고추장과 간장을 많이 사용해 대체로 음식이 붉고 어둡다는 점. 유럽 그릇들의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과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이딸라, 로얄 코펜하겐, 웨지우드, 르크루제가 제안하는 한국식 ‘테이블 세팅의 기술’을 모았다. 이 그릇들이 찬장에 없어도 상관없다. 스타일링은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으니까.

믹스 앤 매치의 핵심은 포인트 컬러

가족모임은 손님수가 많아 세트 그릇으로 차리기가 어렵다. 믹스 앤 매치가 불가피하다. 여러 그릇을 섞을 땐 상차림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좌우하는 메인색을 잘 정하는 게 중요하다. 봄을 닮은 테이블을 원한다면 부드러운 핑크나 옐로 등 파스텔색을 포인트 컬러로 활용하고, 경쾌한 상차림에는 단색 배경의 접시에 기하하적 패턴으로 포인트를 살린 그릇을 매치하면 감각적이다.

배경식기로는 어느 음식에나 어울리는 흰색이 무난하다. 반사효과 때문에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며, 어떤 색의 그릇을 매치하느냐에 따라 시원함과 따뜻함, 설렘과 안락함 등 상반된 효과를 낼 수 있다. 흰색이 너무 단조롭다면, 청자색이나 검정색도 배경색으로 활용하기 좋다.

흰색과 푸른색의 조합은 신선한 청량감을 주며, 여기에 깨끗한 유리컵을 놓으면 여름의 지중해 스타일을 재현할 수 있다. 한껏 들뜬 파티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빨간색 그릇이 강력한 무기. 하지만 많이 사용하면 정신이 산란하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용도로는 테이블보나 컵, 주전자 등 한두 개 포인트로 제한하는 게 좋다. 청색과 녹색의 접시를 섞어 놓으면 자연미가 돋보이는 목가적 식탁이 연출된다. 여기에 사막의 모래를 연상시키는 옅은 갈색의 유리컵을 놓으면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난다. 다만 초보자는 최대 2~3가지 색깔만 쓰는 게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센터피스로 테이블의 중심잡기

센터피스라고 해서 연회장의 라운드 테이블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꽃장식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독특한 패턴이나 일러스트가 있는 식기는 단순한 그릇을 넘어 아트피스 오브제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런 그릇은 음식을 조금만 담아 여백을 살려 스타일링하는 게 핵심이다. 꾹꾹 눌러 담은 밥과 범람할 것만 같은 수북한 반찬들이 우리나라 상차림의 전통이지만 이제 보릿고개 시절의 밥상은 잊자.

센터피스 접시는 테이블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고 시선을 모아주기 때문에 수평적인 느낌의 한식 상차림을 훨씬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 선명한 색감의 접시에 대비색의 음식을 올려놓으면 소위 말하는 ‘톤온톤’의 효과를 내는데, 그릇과 음식이 어우러져 별다른 장식 없이도 테이블 위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 화병이나 양초를 활용하는 전통적 비법은 물론 여전히 유효하다.

3단 트레이에 과일과 빵을 올린 다과상차림. 로열 코펜하겐 제공
3단 트레이에 과일과 빵을 올린 다과상차림. 로열 코펜하겐 제공

밑접시와 개인 후식상으로 최고의 격식을

격식을 차리고 싶다면 설거지 걱정은 잠시 잊고 흔히 서비스 플레이트라고 부르는 밑접시를 사용해보자. ‘당신을 환영한다’는 의미의 이 개인별 대접시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각종 요리가 얹어 있는 접시만 바꿔 올리면 그 자체로 품위 있는 ‘공식 만찬’이 된다. 이때 요리 접시와의 컬러 믹스를 고려하라고 하면 그것은 잔소리.

전통적 상차림으로 격조를 자아내고 싶다면 후식상을 노려라.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큰 과일 접시 대신 작은 소반에 개인용 디저트 테이블을 차려낸다. 한과나 과일 한 두 쪽에 차 한 잔만 올려도 손님은 감동한다. 여기에 꽃 한 송이 곁들이면 외교의 승자는 떼놓은 당상이다.

다과상의 꽃은 케이크 스탠드

티타임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케이크 스탠드가 불필요한 사치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하나 마련해두면 두루두루 쓸모가 있다. 1단 스탠드에는 케이크를 올리거나 다양한 색감의 과일들을 색깔별로 나눠 담고, 2단이나 3단 스탠드라면 위층에는 케이크, 타르트 등 달콤한 디저트류를,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샌드위치나 스콘, 스낵 등으로 당도를 낮춘다. 만두나 떡, 한과 등을 올려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여기에 홍차나 커피, 허브티 등을 곁들이면 영국의 로얄 패밀리가 부럽지 않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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