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백화점 D브랜드 신발매장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근로자의 날인 1일에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씨는 이날도 오전 9시에 출근해 개점준비를 하고, 폐점 후 뒷정리를 마치면 오후 9시가 지나서야 퇴근을 할 수 있다. 이씨는 "지난 몇 년 간 근로자의 날이라고 쉬기는커녕 가산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며 "고객을 맞이해야 하니 쉴 수 없는 걸 이해하면서도 이런 날은 일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을 맞이한 근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권이 휴일을 보장하는 것과는 달리 일부 중견·중소기업 등에서는 휴일 보장은 고사하고 가산 수당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곳이 여전한 탓이다.
근로자의 날은 고용노동부가 제정한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유급휴일이다. 만약, 근로자가 유급휴일에 근무할 경우 회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1.5배를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김씨처럼 근로자의 날에 근무를 해도 가산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온라인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최근 직장인 1,197명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날 휴무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34.2%(409명)가 '근무한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휴일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68.2%(297명)에 달했다.
근로자의 날이 지켜지지 않는 대표적인 곳은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 등 유통가. 징검다리 황금연휴와 가정의 달을 맞아 대대적인 판촉 행사가 열리니 근로자의 권리는 잊혀지기 일쑤다. 경기도 부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촉사원으로 일하는 강모(38)씨는 "마트 본사 소속 직원은 유급휴무가 됐든 휴일가산수당이 됐든 당연하게 권리를 챙기고 있지만, 판매직원들은 소속 브랜드에서 가산 수당이라도 제대로 챙겨주면 다행"이라며 "그마저도 브랜드마다 사정이 다르니 매출이 좋아 잘나가는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면 근로자의 날에 수당을 챙기는 건 언감생심이다"고 말했다.
수당 없는 휴일근로는 근로의욕을 상실하게 하지만, 대부분은 ‘울며겨자먹기’로 회사에 나올 수 밖에 없다. 지방의 한 개인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양모(26·여)씨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출근을 했다. 병원장 재량으로 유급휴무나 가산수당 지급을 결정해야 하는데, 병원장에게 ‘직언’을 한 직원은 없었다. 양씨는 "고작 10여명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병원장에게 불만을 토로하면 눈밖에 나지 않겠느냐”고 되물은 뒤 “나와는 반대로 복지 혜택이 좋은 종합병원에 취직한 친구들이 유급휴무를 제대로 인정받는 걸 보면 이직을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이 더 굳어진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등 일용직 근로자들도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근로자의 날이 정규직, 비정규직, 일용직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근로자에게 보장된 권리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서울 동대문구의 호프집에서 일하는 주모(21·여)씨는 "아르바이트생도 근로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을 줄 몰랐다"면서 "야근수당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사장님이 근로자의 날이라고 휴일수당을 줄 것 같지 않지만, 아르바이트생의 당연한 권리를 고용주 맘대로 묵살하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 제공한 근로에 대해선 휴일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김아영 노무사는 "5인 미만사업장의 경우 사업주가 휴일을 부여해야 될 의무는 발생하지만 별도의 가산 수당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면 1.5배의 휴일 근로수당이 보장된다. 즉,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통상임금의 2배를, 5인 이상 사업장에선 통상임금의 2.5배를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휴일수당 지급 대신 보상휴가를 받을 수도 있다. 대신 휴일근로수당이 1.5배 가산되므로, 보상휴가도 1.5배여야 한다. 김 노무사는 "만약 근로자의 날 8시간을 근무한 근로자라면, 보상휴가는 12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서 "근로자의 날을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근로자의 날은 본래 휴일이어서 휴가의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김연수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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