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칼럼을 쓰면서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을 해봤다.
여러분은 요리, 음식이란 단어 속에서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내 경우엔 일단 사람이 생각이나고 또 추억, 장소 이런 거의 여행-관광이 아닌-과 흡사한 기억들과 추억들이 떠오른다.
음식의 느낌을 좌우 하는데는 근본적인 맛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같이 먹느냐, 어디서 먹느냐, 어떤 상황에서 먹느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음식에 이 모든 것들이 양념이 되어서 함께 어우러졌을 때 최상의 맛이 나는 게 아니겠는가. 그 중에서도 특히 '누구와 같이'라는 양념이야 말로 아주 중요한 맛의 포인트다.
요리에 관한 인터뷰 때마다 꼭 듣는 질문이 있다. “서태화씨가 생각할 때 요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란 질문이다. 그때마다 "저에게 있어서 요리란 배려와 소통입니다”라는 대답을 했다. 아마도 주로 요리를 해서 대접하는 입장인 경우가 많아 더욱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했다. 무엇보다 함께 하는 사람의 입맛이 어떤지 알아야 할 것이고, 그의 몸 상태·기분·건강(알러지 같은) 등등 많은 정보까지 알아야 그 사람을 위한 음식을 준비할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음식을 했을 때 상대방이 갖는 만족도가 더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마음이 좀더 열려 더 많은 교감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이러한 배려가 듬뿍 담긴 요리의 최고봉은 한식 중에서도 특히 궁중요리가 아닌가 싶다. 궁중요리란 일단 임금을 위한 요리인데 얼마나 많은 배려가 깃든 음식이었겠는가란 생각이다. (사실 필자는 궁중음식 인간문화재 한복려 씨가 원장으로 있는 '궁중 음식 연구원'에서 직접 요리를 배운 적이 있다. 그래서 더욱 그런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 중 오늘 소개할 음식은 '닭 북어찜'이다. 원래는 안동 사대부가의 전통 음식이었는데 맛이 하도 좋아 임금께 진상이 되어 궁중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 있다.
맛을 보면 요즘의 안동 찜닭의 원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요즘 찜닭이 흉내 못내는 깊은 맛, 그리고 닭과 북어의 만남에서 나오는 케미는 상상 이상으로 입안을 꽉 채워준다.
들어가는 주재료도 닭과 북어 정도로 아주 간단하다. 거기에 다시마 조금, 나머지는 간장베이스에 갖은 양념 뿐. 이 간단한 재료로 이토록 깊은 맛을 내는 음식이 나올 수 있는 건 육지와 바다가 만나 '진정한 소통'을 했다는 데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을 초대해서 이 음식을 했을 때 이야깃거리도 많아 진다
“닭 북어찜입니다”로 시작되는 음식이야기 “닭과 북어를 같이?” “야~이거 별미네” 등등 대화의 물꼬를 확실히 터주는 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요리다. 물론 맛도 좋지만.
오늘 필자가 첫회 이야깃거리로 '닭 북어찜'을 가지고 나온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서태화의 쿡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만나지만 여러분과 나의 대면이 육지와 바다의 만남처럼 소통의 케미가 터지는 이야기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레시피 (4인 기준)
재료: 닭 800g, 북어포 1마리, 건다시마 손바닥크기 한 장, 소금1/2 작은술, 후추 약간, 마른 고추 1개, 생강 한 톨, 달걀 1개(지단용, 안해도 무방)
양념장: 쌀조청 2큰술, 물2컵,양조간장3과1/2큰술,설탕 1큰술,다진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추 약간
* 조리 방법
① 닭을 토막내어 재료의 분량대로 소금,후추로 밑간한다.
② 마른 고추를 자르고 생강을 편썰어 팬에 기름을 3~4큰술 두르고 넣어서 향신기름을 만든다.(향이 우러나면 고추와 생강은 뺀다)
③ 닭을 향신기름에 넣어 노릇하게 지진다 (색깔이 날 정도로만)
④ 북어와 다시마를 물에 잠깐 불려 물기를 짠다
⑤ 냄비에 조청을 넣고 물을 부어 녹이고 다시마와 3의 닭을 넣고 양념장의 2/3분량을 넣고 끓인다
⑥ 15분정도 끓으면 불린 북어와 남은 양념장을 넣고 15~20분 정도 더 끓여 완성한다 (양념이 자작할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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