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성ㆍ지역발전론 동의 인물로
내년 총선 호남 30곳에 후보
새정치ㆍ국민모임 출신 인사는 제외
신당 창당 땐 '골목대장' 역풍 우려
새정치 현역 물갈이 불가피한 상황
4·29 재보선에서 압승한 천정배 의원이 ‘뉴 DJ(새로운 김대중)’ 인재론을 표명하며 사실상 호남발 정계 개편을 선언했다. 천 의원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30곳 정도에 후보를 낼 것”이라고 밝히는 등 신당 창당까지 공공연히 거론했다. 이에 따라 마찬가지로 호남에 뿌리를 둔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야권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호남발 야권 재편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천 의원은 30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까지 광주에서 뉴 DJ들, 참신하고 실력 있고 국민을 섬기는 인재들을 모아서 비전 있는 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뉴DJ 인재란 김 전 대통령의 개혁성을 갖추고 호남 발전을 위해 정치력을 올인할 수 있는 인재를 일컫는다. 천 의원의 최 측근은 “주로 지역의 정치 신인이나, 그 동안 큰 주목 받지 못한 호남 출신의 수도권 인재가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폭넓게 호남 민심부터 탐방해 인물을 추려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천 의원은 DJ 성향의 개혁성과 지역발전론에 동의하는 인물일지라도 새정치연합 출신 정치인과 정동영 전 의원의 국민모임 인사들은 배제할 방침이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으로 복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년까지 그럴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야권 전체와 만나고 싶고 만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의원이 염두에 둔 정치세력은 현재로선 그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운 느슨한 형태의 무소속연대가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천 의원의 전략 그룹이 호남 중심의 신당 창당모임을 구상하고 있지만, 아직은 광주 및 호남 민심 추이를 살피며 조심스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호남을 중심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반감이 폭 넓게 형성된 건 사실이지만 신당까지 창당할 경우 ‘결국 골목대장 하려고 선거에 나온 것’이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소속 연대 형태일지라도 천 의원은 내년 20대 총선에 광주 전역과 전남 및 전북까지 뉴 DJ 인재를 출마시킨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천 의원은 “광주 8군데에서 (발굴할 뉴 DJ인재들을) 내보고, 전남·북까지 해서 시민들의 실질적 선택권을 드리고 싶다”며 “그 세력으로 총선에서 기존의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서울까지 욕심내지 않고, 광주와 전라도에만 집중해 차별화를 꾀할 것이란 얘기다.
천 의원의 야권 재편 선언에 새정치연합의 대응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참패로 호남 지역의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 내부 단속과 동시에 천 의원과 인재 영입 경쟁도 벌여야 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호남 지역구 출신의 현역 의원은 “비록 당을 나갔지만, 천 의원에 대한 개인적 애정과 믿음을 가진 당직자는 많다”며 “의원들이야 바로 (천 의원 앞으로) 갈아타기 어렵겠지만, 새정치연합이 애써 키운 차세대 정치인들의 유출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천 의원이 ‘새정치연합 출신 배제’ 원칙을 밝혀, 내년 공천 탈락이 사실상 예정된 현역 의원들의 엑소더스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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