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맞이하기 어려운 5월의 황금 연휴가 동아시아 3국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근로자의 날인 1일부터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을 즐기려는 한국, 지난달 30일~4일 노동절 연휴를 만끽하는 중국,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8일 간의 골든위크(Golden week)를 보내고 있는 일본. 세 나라 공히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의 웃음과 유명 관광지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는 나들이객 인파로 가득했다. 한국인은 중국 일본 동남아로, 일본인은 한국 중국으로, 또 중국인은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3국 3색의 연휴 풍경을 들여다봤다.
●초중고 단기 방학… 국제선 이용 17% 증가 예상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층 입국장. 여객기 착륙을 알리는 전광판 램프가 깜빡이자 중국어와 일본어가 적힌 푯말을 든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유커(遊客)와 일본인 관광객을 마중 나온 여행사 직원들이었다. 한 여행사 가이드는 “지금이 바로 대목”이라고 탄성을 질렀다. 같은 시간 3층 출국장도 북새통을 이뤘다. 항공사 탑승수속 카운터와 출국 심사대 앞 양 쪽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줄이 어지럽게 길게 이어졌다.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간다는 김태형(37)씨는 “이번 황금 연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계획을 짰다”고 말했다. 이번 연휴 인천공항공사가 추산하는 국제선 이용객은 75만7,800여명. 지난해 같은 기간(62만7,761명)보다 17.2%가 는 수치다.
국내 주요 관광지도 가족단위 여행객으로 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경주 여행 계획을 세운 회사원 김현우(37)씨는 “어린이날 하루만 쉴 때는 같이 어딜 가야 할 지 고민이었는데 이번에는 여유가 있어 좋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도 만족해 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울 시내 대부분 초등학교와 중학교 254곳, 고교 135곳은 30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10일 동안 단기 방학을 결정했다. 조용히 도심 속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원 안모(37)씨는 “연휴라 숙소 예약도 쉽지 않고, 교통정체로 고생하느니 외식이나 하며 서울투어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종도=이환직기자 slamhj@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 가장 짧은 3일… 베이징~서울 항공권 값 3배 올라
지난달 30일 기자의 전화를 받는 취재원들은 거의 없었다. 노동절 연휴(1~3일)를 맞아 중국 베이징은 벌써 텅 빈 모습이다. 중국의 노동절 연휴는 한국 일본에 비해 가장 짧은 3일이다. 그러나 연휴를 즐기러 떠나는 인파와 차량으로 이날 베이징 곳곳은 심각한 교통 정체에 시달렸다. 평소 30분이면 가던 거리가 1시간30분 넘게 걸렸다. 신화망(新華網)은 베이징 교통량이 215만대를 넘은 것으로 추산했다.
시외로 통하는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기차역과 공항은 더 혼잡했다. 평상시 2,500위안(약 43만원)이던 베이징-서울 왕복 항공권 가격은 7,500위안까지 무려 3배나 치솟았다. 중국 매체들은 “한국과 일본이 중국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연휴에 방한할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를 10만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엔화가치가 낮아져 명품가격이 싸진 일본으로 발걸음으로 옮기는 이들도 많아졌다. 현지 유통 매장들은 쇼핑 성수기를 맞아 대대적인 할인행사들에 들어갔다. 일부 가전제품 노동절 매출은 평상시 한달 매출보다 많다.
언론들은 문명여행(文明旅行) 캠페인을 잇따라 내보내 중국인 특유의 시끄러운 관광의 자제를 당부했다. 유적에 이름을 새기거나 유물을 훼손하는 행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질서도 지키지 않는 행동이 ‘비문명적 행태’로 질타됐다. 일부 유명 관광지는 입장료를 전격 인상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65만명 해외로… 일본인 희망 여행지 1위 '한국'
매년 5월 초가 되면 일본은 황금연휴로 전국이 몸살을 앓는다. 이번에는 한중일 3국 장 가장 긴 8일 간의 연휴에 들어간다. 지난달 29일 일왕의 생일인 쇼와(昭和)의 날에 이어 2일과 3일은 주말, 4일은 녹색의 날, 5일은 어린이날, 6일은 헌법기념일(3일) 대체휴일까지 일주일이 넘는 골든위크를 맞고 있다. 지난달 30일 도쿄 시내 요요기 공원, 신주쿠 공원, 우에노 공원은 벌써 도시락을 들고 나온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내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골든위크에만 대략 65만명이 출국할 것이란 예상이다. 도쿄 인근 나리타공항의 경우 29일 하루에만 3만8,000여명이 해외로 떠나는 등 여행인파로 출국장이 크게 붐볐다. 고교동창들과 중국 칭하이호(?海湖)를 여행하려는 회사원 다카하시 시케카즈(高橋成和)는 비행기에 오르며 “연휴가 아니면 갈 수 없어 지금 떠난다. 일상에서 벗어나 즐기고 싶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간사이공항의 국제선 출국장도 여행가방을 든 젊은이와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9일에만 2만600여명이 출국했고, 골든위크 기간 국제선 여행객수는 1994년 개항이래 최고치인 51만7,000여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전세기까지 동원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골든위크에 일본인이 선택한 여행국 1위는 한국이 10년 연속 차지했고, 비교적 가까운 중국 대만 등의 인기가 높았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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