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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시의 모태로 꼽히는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 이후 100년의 동시들을 선별한 ‘한국동시문학선집’(지식을만드는지식) 100권이 출간됐다. 등단한 시인 111인을 선정, 대표 동시 9,940편을 묶었다. 동시만으로 이뤄진 100권짜리 선집이 나온 것도, 동시사 100년을 망라하는 시도도 처음이다. 2013년 출간된 ‘한국동화문학선집’과 함께 한국 아동문학의 총정리라 할만하다.
이번 선집은 해방 이전 열악한 환경에서 시를 발표해 책으로 묶이지 못했거나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작품, 월북으로 잊혀진 시인들의 작품을 다시 살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30년대 뛰어난 동요와 동시를 발표했지만 월북 이후 잊혀진 강승한 시인이 대표적이다. 선집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용희 아동문학평론가는 “강승한 시인은 남한에 있을 때 신문이나 잡지에만 작품을 발표하고 책을 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이번 선집에 포함된 책이 강 시인의 첫 동시집”이라고 말했다.
강씨처럼 잊혀지고 기념되지 못한 시인들의 작품을 찾기 위해 김씨를 포함한 기획위원 4명과 편저자 2명은 2년에 걸쳐 도서관을 뒤지고 소장자를 수소문했다. 그 결과 윤복진의 작품 33편, 김일로의 작품 15편, 이종기의 작품 40편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절판된 김삼진, 김영일, 김원기, 박경종, 석용원, 윤부현, 이응창의 동시집 속 작품들도 살려냈다. 이 과정에서 작고한 아동문학연구자 이재철씨가 경희대에 자료를 기증해 설립된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가 큰 기여를 했다.
이번 선집엔 삽화가 없다. 그림의 비중을 높여 대중의 흥미를 끌려는 최근 경향에 대한 반발로, 동시는 “텍스트만으로 완결성이 있으며 전 세대가 향유할 수 있는 문학”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함이다. 김용희 기획위원은 “성인문학의 그늘에 가려 비주류 문학에 머물러 있던 한국 아동문학계의 쾌거”라며 “아동문학의 학문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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