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짜 백수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내츄럴엔도텍의 제품을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제 원료에 백수오와 외관상 비슷한 이엽우피소가 섞였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식약처는 앞서 한국소비자원이 21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백수오 제품 21개중 자진 폐기된 제품 8개를 제외한 13개 전 제품에 이엽우피소 성분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시중에 판매되는 대다수 백수오 제품에 가짜 성분이 포함됐음을 뒷받침하는 발표다.
백수오 제품 원료공급회사인 내츄럴엔도텍은 일단 소비자원의 발표에 “사실과 다르다”며 소비자원을 상대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소비자원도 맞고소한 상태라 백수오 진위 논란은 향수 소송과정에서 최종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진위판별을 떠나 백수오를 둘러싼 파동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건강식품 선호풍조가 불러온 부작용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과거에도 노니, 스쿠알렌, 알로에 등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이 만병통치약인양 포장돼 선보였으나 반짝 인기를 넘지 못했다. 백수오 역시 갱년기 여성의 안면홍조, 발한, 손발 저림, 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각 업체가 경쟁적으로 시판에 뛰어들었고, 내츄럴엔도텍이 코스닥 시장 최대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이 회사가 코스닥 시장 활황을 주도하면서 7년여 만에 코스닥 지수가 700을 넘어서는 등 과열현상까지 빚어졌다. 가짜 백수오 혼입 의혹이 제기되자 이 회사는 주가 총액 1조원이 사라졌고 코스닥도 동반 하락, 수 일만에 6조원이 증발했다. 이런 가운데 내츄럴엔도텍 임원 3명이 소비자원의 자료발표 직전 보유주식 2만5,000여주를 팔아 22억여 원을 현금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공정거래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백수오 파동으로 연기금은 물론 개미투자가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백수오 대박이라는 신기루를 쫓던 결과다.
백수오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 논문자료나 근거는 많지 않다. 오히려 백수오 효과는 일부 스타 의사와 홈쇼핑 등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의사들조차 체질에 따라 효능이 다를 수 있으니 남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생소한 건강식품에 대해선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분별한 맹신이 번지기 전에 책임 있는 과학적 판단이 신속히 제공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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