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옵스트 '인터스텔라' 프로듀서 "과학교육 뒤처진 국가선 영화도 실패"
이승훈 '어벤져스2' 슈퍼바이저 "헐크 캐릭터 만드는 데 7개월 걸려"
“똑똑한 관객에 맞는 깊이 있는 콘텐츠가 통한 거죠.”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의 모험을 과학적으로 깊이 있게 그려 지난해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는 영화 흥행의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문화기술(CT)포럼 2015’(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강연을 위해 내한해 기자를 만났다.
자료 수집부터 작가 관리, 배우와 감독 섭외 등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데 가장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린다 옵스트는 “‘인터스텔라’는 국가마다 흥행에 차이가 있는데 관객이 어떻게 과학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과학이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당히 똑똑한 관객들이 많아 영화가 흥행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과학에 대한 공포감이 없기 때문에 스토리를 마음 놓고 즐긴 것이죠.”
과학교육이 뒤처진 나라에서는 과학영화 역시 참패한다는 게 그녀의 이론이다. 그는 “과학에 대한 공포감은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데, 남미의 경우 과학영화보다는 ‘때려 부수는’ 영화가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시애들의 잠 못 이루는 밤’ ‘어느 멋진 날’ ‘10일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등 로맨틱코미디 영화도 제작해 성공했지만 그는 점점 똑똑해지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관객이 똑똑해지면서 콘텐츠가 더 중요해졌어요. 과학영화를 만들 때 특수효과는 2~5년, 감독과의 작업도 2년 가까이 계획을 잡습니다. ‘인터스텔라’도 5년에 걸쳐 만들어졌으니까요. ‘인터스텔라’는 천체물리학자 킵 손 박사와 손잡고 블랙홀을 보다 현실에 가깝게 최초로 구현해냈죠. 차기작은 스티븐 호킹, 킵 손 박사와 함께 좀더 과학적인 측면을 강조할 계획입니다.”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430만명의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에서 컴퓨터그래픽(CG) 등 디지털 기술을 담당한 이승훈 크리처 슈퍼바이저는 CG에 대한 눈높이를 강조했다. 헐크와 아이언맨의 가상 캐릭터(크리처)를 CG로 만들어낸 이씨는 “‘어벤져스 1’때는 헐크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만 7개월이 걸렸을 정도”라며 ‘영화 ‘트랜스포머’나 ‘아바타’속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는 크리처들에 익숙한 관객들은 그보다 못한 콘텐츠가 나오면 외면하기 마련”이라며 관객의 눈높이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2년부터 7년 간 한국에서 활동한 이후 일본, 미국으로 진출해 ‘노아’ ‘트랜스포머 3’ ‘캐리비안의 해적 4’ ‘아이언맨 2’ ‘아바타’ 등 할리우드 유명 블록버스터 영화에 참여해왔다. 이승훈씨는 “얼굴의 모공 하나하나, 땀이 났을 때 피부에 맺히는 정도, 웃을 때 올라가는 입 꼬리 등 ‘어벤져스2’의 헐크 캐릭터는 상당히 미세한 작업을 요했다”며 “할리우드가 영화 1편당 CG 제작비로 4,000억~5,000억원을 투자하는 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영기자 kis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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