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가 열린 30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평소와 다름 없는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렸지만 관중석엔 단 한 명도 없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전날 볼티모어시와 협의해 이날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흑인 폭동 여파 탓이다. 경찰에 구금된 상태에서 심각한 척추 손상으로 사망한 25세 흑인 프레디 그레이의 장례식이 끝난 후 경찰에 대한 시위는 폭동으로 번졌고, 볼티모어시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볼티모어시는 안전 사고를 우려해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기로 한 것이다. 4만5,968석이 텅 빈 상태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들리고, 그라운드 반대편에서 야수들끼리 서로 부르는 것도 잘 들렸다”고 묘사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불펜에 전화를 하니 불펜에 있는 전화기 소리가 더그아웃까지 들렸다”면서 “확실히 다르다. 심판을 포함해 그라운드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으니 더그아웃에서 매우 조심해서 이야기하게 됐다”고 전했다. 로빈 벤츄라 화이트삭스 감독은 “정말 비현실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워낙 경기장이 조용해 중계진의 소리도 쩌렁쩌렁 울렸다. 외야 뒤쪽의 게이트와 근처 호텔의 발코니에서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볼티모어 팬들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화이트삭스의 포수 지오바니 소토는 2회말이 끝난 뒤 빈 공을 관중석을 향해 던졌고, 볼티모어의 포수 칼렙 조지프는 선발 우발도 히메네스의 워밍업을 위해 불펜으로 달려가면서 자신의 모자를 벗어 텅 빈 관중석을 향해 흔드는 등 마치 관중이 있는 양 행동을 하기도 했다. CBS스포츠는 조지프의 이날 모습에 대해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을 뿐, 실제로 미친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조지프는 경기장에 도착해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평소와 똑같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시늉도 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역사가인 존 손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무관중 경기가 열린 것은 145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종전 역대 최소 관중은 1882년 9월29일 워세스터 루비 레그스와 트로이 트로얀스와 경기에 입장한 6명이다. 관중 없이 치른 경기에서 볼티모어는 8-2로 승리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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