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10년, 누구나 스타 길을 열다
TV와 다른 콘텐츠로 왕국 구축
TV산업,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
케이블의 10분의 1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프로그램 언제·어디서나 시청
6초 영상 바인, 매일 10억 돌려보기
시간 제한으로 유튜브와 차별화
지난 23일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최초로 영상이 업로드 된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2005년 4월 23일 유튜브의 공동 창립자 3명중 한 명인 조드 카림이 샌디에이고 동물원 코끼리 앞에서 찍은 18초짜리 비디오 ‘동물원에서의 나(Me at the zoo)’는 누구나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간편하게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줬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23일 그 동안 방송사를 거쳐야만 가능했던 ‘퍼블릭 엑세스’(시청자 참여) 형태가 유튜브의 등장과 함께 바뀌었다며 유튜브 10년을 조명했다.
유튜브는 누구나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쉽게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명됐다. 유튜브는 초창기부터 TV와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유튜브는 2006년 NBC와 마케팅 협약을 체결했고 2007년에는 CNN와 파트너십을 맺어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질의응답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이 영상은 행사 후 유튜브에 게시됐으며, 2012년에는 abc와 파트너십을 맺어 대통령 후보 토론을 바로 유튜브 사이트에서 생중계 할 수 있도록 했다.
유튜브는 TV와 공동작업만 한 것이 아니라, 이제 TV 프로그램 성공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 TV 프로그램들은 본편 영상은 물론 하이라이트, 트레일러, 프리뷰, 리뷰 등 온갖 관련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영상들이 유튜브에서 쇼 자체보다 더 큰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 이달 미국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는 자신의 코미디 ‘센트럴쇼’ 세번째 시즌의 프리뷰 영상이었던 패러디 뮤직비디오 ‘밀크 밀크 레모네이드’로 300만뷰 이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진정한 ‘시청자 참여’이끌어낸 유튜브
유튜브는 단지 기존 TV의 또 다른 채널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의 무대로 변모해나갔다. 2007년에 이르러 노트북에 달린 비디오 카메라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확산되고 사람들이 디지털 편집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누구나 유튜브 채널의 스타가 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취미생활이나 일상생활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면서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다. 게임을 하거나 헐리우드 스타들에 대한 수다를 떨거나, 심지어 쇼핑몰에서 산 물건들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방식의 유튜브 동영상이 수백만, 수천만 명의 구독자를 끌어 모았다. 여기에 유튜브는 광고 수익 배분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영상을 올린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그 결과 현재 유튜브 스타는 헐리우드 스타의 영향력을 뛰어넘는 상황이 됐다. 미국 버라이어티지가 지난해 8월 내놓은 13~18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영향력 조사에서 이들이 꼽은 10명의 스타 중 6명이 기존 스타들이 아닌 유튜브 스타였고, 특히 상위 5명은 모두 유튜브 스타가 차지했다. 헐리우드 스타 제니퍼 로렌스가 이 조사에서 겨우 7위를 차지하는데 그친 반면 1위를 차지한 ‘Smosh’는 남성 코미디 듀오로, 1,900만명이 이들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다. 타임지는 ‘유튜브는 단순히 TV의 시청자 참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으로써 티비와 별도의 자체 생태계를 완성시켰다’고 평가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과 케이블 TV의 위기
유튜브가 TV와 다른 콘텐츠로 자신의 왕국을 구축하는 사이 미국의 케이블 TV 산업은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의 위협에 직면했다. 다 보지도 않는 수백개의 채널을 비싼 가격에 한꺼번에 가입해야 하는 기존의 케이블 TV 대신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TV 산업 자체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가정이 전통적으로 구입하는 케이블 TV 번들(묶음)은 대개 채널이 100개 이상 묶음으로 판매되는데, 가격은 월 80~100달러가 넘고 HBO와 같은 프리미엄 채널을 추가하면 더 비싸진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아마존닷컴 프라임, 훌루 플러스 등 스트리밍 업체들의 상품 보급이 확산되면서, 비싸고 비효율적인 케이블 TV가 점점 외면 받고 있는 추세다. 가격 면에서도 넷플릭스는 월 8.99달러, 아마존닷컴 프라임 서비스는 연 99달러로 케이블 TV의 10분의 1 수준인데다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다. 이런 스트리밍 업체가 성장하면서 직접 TV 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하는데,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 큰 인기를 끌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신생 업체뿐만 아니라 기존 TV 사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왕좌의 게임’등을 제작한 영화전문채널 HBO가 2015년에는 케이블 TV에 가입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발표했으며 기존 지상파 방송인 CBS까지 월 6달러에 케이블 가입 없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케이블 방송의 진화는 진정한 비디오의 미래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젊은 층이 소비하는 소셜미디어 영상 콘텐츠가 언젠가 부모 세대가 보는 케이블 TV를 대체하리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미디어 조사기관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작은 규모의 번들(묶음)들은 “단순히 기존 케이블과 방송 네트워크를 재집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혁명은 페이스북과 비메오와 같은 완전히 기존 생태계 외부에서 생성ㆍ배포되는 콘텐츠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층은 케이블 TV를 신청하기 위해 돈을 내지만, 정작 대부분의 시간을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바인 등의 뉴스피드를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 현상은 10대로 내려가면 더 심화된다.
동영상 신세대 6초짜리 ‘바인’
특히 영상 분야에서는 6초짜리 영상을 자신의 계정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하는 서비스인 ‘바인(Vine)’의 성장이 눈부시다. 2013년 1월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바인은 유튜브의 다음 세대라고 할 만큼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리서치 기관인 GWI의 조사결과 지난해 미국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의 9%가 바인 앱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16~19세 청소년 사이에서는 무려 25%가 바인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전 연령대에서는 4%가 바인 앱을 사용했으나 16~19세에서는 16%가 사용 중이었다. 지난해 8월 바인은 매월 1억명의 사람들이 바인을 웹에서 시청하며 매일 10억 루프(돌려보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인은 유튜브와는 또 다른 영역을 개척 중이다. ‘6초’라는 비디오 시간 제한은 트위터의 140자 제한처럼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동인이다. 디지털 에이전시 트리발 월드와이드의 전략 담당자 알란 블레어는 “유튜브는 10대들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지만 이것은 비교적 오래 전부터 여러 연령층이 함께 보고 있다. 반면 바인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가 선호하는 짧은 집중에 딱 맞는 매체”라고 밝혔다.
바인의 스타들은 유튜브의 스타와 다르다. 미국의 팝 가수 저스틴 비버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음반사에게 발탁된 것이 2008년이다. 하지만 바인에서 그는 21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57번째 스타일 뿐이다. 가장 큰 바이너인 17세의 내시 그리어는 약 1,150만명의 팔로워를 가졌으며 그의 비디오는 25억회 이상 재생됐다. 길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거나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일상 생활을 담은 영상으로 스타가 된 그에게 각 기업들은 톱스타 수준의 광고협찬을 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 ‘Z세대’를 잡기 위해 바인에 몰려들고 있다. 직접적인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튜브와 달리 바인에서는 광고가 없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유명 바이너들을 협찬하고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다. 자동차 회사 포드는 지난해 새로운 무스탕 기종을 유럽에서 출시하면서 바인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함께 만드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업에겐 유튜브 비디오를 제작하는 것보다 낮은 투자로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바인 캠페인의 장점이다. 디지털 마케팅 회사 360i런던의 페티 우드는 “까다로운 취향의 청소년 문화에 침투시키는 데 성공한 기업의 바인 영상은 유튜브보다 4배나 더 공유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급변하는 비디오 콘텐츠 소비 패턴에 TV산업이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란틱은 TV 경영진들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게 되면 그들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케이블 가입에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이것은 과거 세대의 행동 패턴에 기반한 예측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와 바인에 이르기까지 TV와 영화 스크린을 거치지 않은 새로운 세대의 엔터테이먼트의 미래에 대한 접근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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