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 빠져 아들 숨지게 한 20대 ‘살인죄’ 무죄
대구고법 “증거부족”… 사체유기ㆍ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징역 15년에서 5년으로
PC방에 가는데 방해가 된다며 생후 26개월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증거부족’을 이유로 살인죄 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30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23)씨에게 사체유기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 이같이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정씨는 지난해 3월 7일 오후 경북 구미시 자신의 집에서 PC방에 가려는데 아들이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로 아들 배를 때리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한 달여간 방치하다가 쓰레기봉투에 담아 길가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가정 불화 끝에 취업한 아내는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전기와 가스가 끊긴 집에서 아들과 둘이 살아왔다.
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 “아들을 집에 두고 PC방에 다녀오니 숨져 있었다”고 했다가 위 속에서 음식물이 나오자 살인혐의를 인정했다가 법정에서는 다시 이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심은 가지만 전기와 난방이 끊긴 상태에서 아동이 돌연사 했을 가능성 등 다른 사인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 무죄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처음에는 굶겨 죽였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등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히 부검도 아동 사망 뒤 한 달여가 지나 이뤄져 사망원인 파악이 어려웠던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수사 초기 경찰은 아들이 굶어 죽었다고 보고 부작위에 의산 살인혐의 적용을 검토했으나 부검결과 음식을 섭취한 사실을 확인하고 살인혐의를 적용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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