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동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소위 ‘한국 포크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그의 음악적 연혁과 영향력을 굳이 나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예민한 미소년의 귀티를 고스란히 중년까지 가져온 얼굴이 마지막 프로필이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그의 근영(近影)을 봤다. 많이 늙었다. 곱던 얼굴 선이 둥글넓적하게 주저앉고 눈동자가 흐릿해 보인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부드러운 장발에도 흰 서리가 만만치 않다. 이력을 뒤져보니 내후년 칠순. 요즘도 커피와 담배에 중독돼 살까. 스타크래프트 고수라 알려졌었는데, 여전히 즐기고 있을까. 아버지 음악 성향과는 달리 마릴린 맨슨 같은 과격한 록 음악을 좋아한다는 아들은 어림잡아 서른 중반은 넘기지 않았을까.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뭐 이런 궁금증들이 떠오른다.
요즘도 나는 그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 듣다 보면 삶의 사소한 디테일이 숨긴 포근함과 단단함 등이 새삼 상기된다. 그의 음반을 딱 30년 전 처음 샀었다. 유명한 ‘제비꽃’이 수록된, 공식 3집이었다. 그러다가 1996년 5집 앨범을 발표한 이후, 그는 공식 활동이 전무했다. 장필순 등 ‘조동진 사단’이라 불리는 ‘하나음악’ 패밀리가 제주도에 ‘거점’을 마련한 것도 꽤 오래 전 일. 그런 그가 얼마 전 새 앨범을 냈다. ‘강의 노래’. 타이틀곡 러닝타임이 7분을 넘는다. 목소리는 여전하다. 들어보시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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