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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금호산업 인수 불발에도 뒤에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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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 금호산업 인수 불발에도 뒤에선 웃었다

입력
2015.04.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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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투자로 300억 차익 챙기고

돈 안들이고 기업 광고 효과

일각선 "인수 의지 있었나" 지적

채권단, 개별입찰로 가닥

결국 박삼구 회장 자금력이 관건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으로 입찰했다 고배를 마신 호반건설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겉으로 보기엔 인수전의 패자이지만 실제로는 ‘꽃놀이패’를 쥐고 판을 주도해 적지 않은 실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인수 대상도 찾지 못하고 매각까지 지연된 채권단과 금호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호산업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단독으로 참여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도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고 채권단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까지 일부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발을 빼겠다는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채권단의 허탈감이 컸던 것은 호반건설이 인수자금으로 1조원 이상을 쓸 수도 있다는 말을 흘리며 기대치를 높인 장본인이란 점도 크다. 1만원대이던 금호산업 주식은 작년 11월 호반건설이 발을 담근 후 2만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이런 까닭에 호반건설이 처음부터 금호산업 자체보다 부수적인 이익을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실제로 호반건설이 얻은 이익은 상당하다. 호반건설은 작년 11월 매입한 금호산업 주식 6.16%를 석달 만에 전량을 매각해 3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회장과 회사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린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인수전을 통해 재계의 주목을 받으며 지난달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물론 진정성 없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전중규 전 외환은행 부행장을 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금호산업 인수를 어느 정도는 검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아파트에만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다른 건설사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며 “김 회장의 보수적인 경영스타일로 볼 때 금호산업은 덩치가 너무 크다고 보고 동부건설 등 다른 매물로 선회하자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재입찰을 하지 않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개별입찰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의 향배는 결국 박삼구 회장이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 이상을 끌어 모을 수 있느냐에 달린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호산업 워크아웃으로 손해를 본 금액은 3조원에 달한다”며 “박 회장도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고 협상에 나서야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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