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심의委 주먹구구식 운영
교과서 개발 심의위원인 대학 교수가 자신이 심의와 관련해 직접 참여한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으나 교육부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심의위원은 심의한 내용들을 점검해 왜곡되거나 누락된 부분이 없는 지 확인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교육부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의 ‘깜깜이 행정’때문에 교육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초등학교 사회과목 교과서 개발 심의위원인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모 교수는 지난 24일 교과서 심의 회의록을 공개하라며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는 올해 2월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 교과서 개발 심의위원에 위촉돼 인권 및 법치주의 관련 내용의 심의를 주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오류가 없는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개진된 부분이 어떤 내용이며, 이를 집필진들이 반영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에 수 차례에 걸쳐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으나, 뚜렷한 근거 규정에 대한 설명 없이 공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회의록은 교과서 내용과 관련해 20여명의 심의위원들이 심의ㆍ토론한 내용을 기록한 공식 자료”라며 “교과서 내용이 잘못될 경우 집필자와 심의위원은 학문적ㆍ도덕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데 심의위원에게까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의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데다 위원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회 개의 시 정족수가 채워졌는지 성원 보고도 전혀 없었고, 기존 회의 내용 복기 및 채택 등 기본적인 사항도 지켜진 적이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심의위원의 일정을 전혀 고려치 않고 출석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해 강의와 수업 등의 이유로 불참한 심의위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심의위원 구성과 관련해 “법을 전공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집필자나 일부 심의위원의 개인 의견이 강하게 개진될 수도 있는 상황을 교육부가 만든 것인데, 편파적인 내용으로 교과서가 채워질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내달 초로 예정된 교과서 최종 심의에 앞서 회의록을 공개해 다른 심의위원들과 논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김 교수의 정보공개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교과서 심의 회의록은 공개한 적이 없다”며 “(심의위원은 물론) 국회의 요청이 있어도 원칙적으로 회의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2018학년도 문ㆍ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위한 시안 개발연구도 마찬가지로 비밀리에 진행 중인데 과연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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