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기획·설계로 부가가치 높여
정부도 작년부터 41개 업체 지원
2000년 이전까지 국내 건설과 기계 분야에서 구조해석 및 설계 소프트웨어(SW) 시장은 100% 외국산이 점령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사내 벤처로 출발한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SW가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 SW는 2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고, 지난해 건설분야 SW 점유율 95%를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등 세계적인 건축물 설계에도 이 SW가 쓰였다.
마이다스아이티는 불과 10여년 만에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7개 국가에 현지법인을 세웠고, 600명의 해외 전문 인력을 운용하며 110여 개국에 SW를 수출하는 세계 1위 구조해석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두뇌산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두뇌산업은 단순 가공ㆍ조립이 아닌 우수한 기획과 설계 능력으로 다른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설비투자보다 전문지식과 창의성 같은 고급인력의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은 여러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강하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 경쟁적으로 두뇌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12년에 엔지니어링ㆍ디자인ㆍ내장형(임베디드) SWㆍ시스템반도체(SoC)ㆍ바이오 분야로 분류한 두뇌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9,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중 국내 시장규모는 약 500억 달러, 종사 기업은 9,000여개다. 하지만 마이다스아이티나 모션해석 분야 세계 2위 펑션베이 등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기업은 극소수다.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기술력이 취약해 SoC의 경우 국산 점유율이 약 5%, 임베디드SW는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우리의 두뇌산업 기술력은 미국 등 선진국 대비 70% 수준이다. 그 바람에 국내 최대 교량인 인천대교의 경우 삼성물산이 시공했지만 구조설계는 일본, 공정관리는 영국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맡았다.
기업 규모도 차이가 많이 난다. 국내 최고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연 매출 10억 달러를 올리지만 2만8,000명의 전문인력을 보유한 영국의 AMEC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연 매출이 700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임베디드SW 시장의 45%를 점유한 미국의 윈드리버시스템, 세계 1위 시스템반도체 기업 퀄컴 등과 격차는 더 많이 벌어진다.
두뇌산업에 소홀했던 우리는 현 정부 들어서서 육성 계획을 마련하고, 지난해 처음 선발한 ‘두뇌역량우수전문기업(K-BrainPower)’ 41개에 대해 지원을 시작했다. 올해는 다음달 중 신청을 받아 2차로 전문기업을 선정해 인력 및 기술개발, 자금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현만석 산업기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는 줄기차게 미국과 일본 등을 쫓아가는 입장이었고 산업구조도 거기에 적합하게 맞춰졌다”며 “앞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는 두뇌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게 우리 산업계의 숙제”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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