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뷰티풀 스트롱(Beautiful strong)', 아름답지만 강하다. 배우 수현은 두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린다. 수현은 한국 배우로는 마블에 입성,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에서 닥터 헬렌 조를 맡아 지분을 확실하게 다졌다. 극중 미모는 물론 명석한 두뇌력을 자랑하며 영화를 빛냈다. 수현은 미드 '마르코폴로' 시즌2의 촬영을 앞두고 국내 홍보에 짬을 냈다. 때론 한국식 농담으로, 미국식 유머를 곁들인 수현과의 유쾌했던 일문일답.
-'어벤져스2'를 위한 인터뷰와 무대인사로 바쁠 텐데.
"아유… 나를 놓고 다들 가버렸다(웃음)."
-데뷔 10년 차에 할리우드 진출을 했다.
"첫 영화를 할리우드 작품으로 시작하게 된 자체가 좋다. 대부분의 한국인 배우, 감독이 한국에서 성공 후 진출하는데 나 역시 막연하게 나중에 가야지 했는데 마침 기회를 얻었다."
-할리우드 시스템과는 잘 맞던가.
"할리우드라 해서 대단하지도 않고, 반대로 한국 촬영현장이 굉장히 열약하지 않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보조출연자까지 트레일러를 제공하고 해외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호텔의 위치 등 섬세하게 챙겨주는 점에서 마블의 연륜이 느껴진다."
-마블의 신데렐라로 불린다.
"재미있는 표현이다. 내 개인의 이력을 떠나 마블 작품에 참여한 사실로 신데렐라로 부르는 것 같다. 한국은 물론 함께 일하는 해외 동료들도 마블 영화에 출연했냐며 신기해한다."
-향수병은 없었나.
"없는 편인데 '마르코폴로' 시즌1 때는 무거운 의상이나 액션이 많아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조스 웨던 감독과는 어땠나.
"웨던 감독은 성격이 울트론과 같다. 만화의 캐릭터를 보는 듯해 마치 울트론의 시대에 사는 듯 했다. 배우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스스로 생각하게 여유를 준다. 배우 성격대로 애드리브를 하도록 놔두는 편이다. 무엇보다 '뱀파이어 해결사(Buffy The Vampire Slayer)'의 대본을 인쇄해 대사를 외웠던 내가 각본가였던 웨던과 호흡을 맞췄다는 인연이 신기했다."
-극중 울트론과 맞붙을 때는 어땠나.
"울트론의 부하가 공격한 장면에서 홀로 리허설을 하려니 민망했다. 울트론과의 촬영이 나중에 추가됐는데 그린스크린 앞에서 울트론 눈높이의 테니스공을 보며 연기했다. 어색도 했지만 미리 감독으로부터 충분히 설명을 받아 연기했다."
-'어벤져스''마르코폴로' 등 연달아 해외 작품에 출연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게 두 작품 일정이 겹쳐 출연하지 못할 뻔 했다. 다행히 케빈 파이기(마블 스튜디오 사장)와 넷플릭스에서 조정해줘 두 작품 모두 나올 수 있었다."
-'어벤져스2'의 한국은 어땠나.
"한국인들이 로케지를 선정했다면 한옥마을 같은 전통적인 장소가 나왔을 것이다. 영화를 위한 장소들이 나와 신선했다."
-닥터 조에 대한 팬덤을 느꼈나.
"LA 시사회 때 다른 아시안들이 관심을 많이 보였다. 소수인종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온 점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캐스팅 후 캐릭터에 대해 궁금증이 컸다.
"마블과의 보안유지 계약으로 가족들에게조차 말을 아꼈다. 인터넷의 반응 이상으로 주변에서도 캐릭터와 분량에 대해 궁금해했다."
-'어벤져스' 출연진과는 어땠나.
"배우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한국을 방문했던 마크 러팔로가 겸손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배우라 배울 점이 많았다."
-서울 팬미팅 당시 눈시울을 붉혔다.
"운동선수들이 외국에서 경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의 느낌이지 않나 싶었다. 이제 집에 왔구나 하는 느낌 말이다. 대단하지 않은 나에게 그 이상으로 응원해줘 감사했다."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표현을 잘 안 하는데 잘했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MBC 시트콤 '스탠바이'는 물론 드라마 '7급공무원'에서 함께 한 주원이 '누나 기쁘고 뿌듯해'라고 문자를 줬다."
-'어벤져스2'를 재미있게 보는 팁은.
"미국식 유머를 놓치지 않고 봤으면 좋겠다. 극중 닉 퓨리가 '내 두 눈을 똑바로 봐'라고 하는 장면처럼 소소한 개그코드도 봐줬으면 한다.(닉 퓨리는 한쪽 눈이 없다)"
-향후에도 헬렌 조를 볼 수 있을까.
"영화에서 헬렌 조가 쉴드 요원인 마리아 힐과 걷는 장면이 있다 보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마블 영화는 작품들끼리 연결돼 어떤 방식으로 등장할지 모른다."
-꼭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사극을 워낙 좋아해 꼭 하고 싶다. 내가 봐도 한복과 쪽머리가 잘 어울린다. 키 때문이라면 한복 치마 안에 무릎을 굽혀서라도 출연하고 싶다."
-앞으로 일정은.
"당장 국내 작품 계획은 없다. 연말까지 '마르코폴로' 시즌2 때문에 해외에 머무른다. 이번주 이후 유럽으로 떠나 2~3개국에 촬영할 예정이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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