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일관 다른 측근들과 달리
구속 않고 귀가시켜… 수사에 활력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증거인멸 혐의로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 2명을 구속한 것과 달리 두 차례 소환한 정모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을 귀가조치해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했던 다른 측근들과 달리 정씨가 수사에 활력을 주는 이른바 ‘검찰의 귀인’으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검찰은 재보궐 선거도 끝나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5월부터 리스트에 오른 정치권 실세 8인에 대한 본격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팀은 전날까지 이틀 연속으로 정 팀장을 불러 수사 핵심인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과 증거인멸 의혹 모두에 대해 심층 조사를 한 뒤 귀가 조치했다. 특별수사팀에서 소환 조사를 받고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지 않은 최측근 인물은 정 팀장이 처음이다. 정 팀장은 두 차례 조사에서 성 전 회장이 리스트 상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당시 정황 등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 협조적인 경남기업 인사로는 한 모 부사장이 있지만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조사 때 비자금 조성 부분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및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한 수사대상에서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성 전 회장의 최측근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수행비서의 경우 참고인 조사에 이은 피의자 신분 전환, 긴급체포, 구속영장 청구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첫 소환을 앞두고 “숨기지 말라는 게 (성완종) 회장님의 유지다. 사실 그대로 임하겠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검찰에서는 대부분 모른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별수사팀은 “귀인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박 전 상무와 이 비서가 피의자로 전환된 즈음에는 “귀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우회적으로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조사에 앞서 말 맞추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박 전 상무와 이 비서의 변호인들이 정 팀장의 변호를 맡고 있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박 전 상무 및 이 비서 등을 변호하고 있는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은 정 팀장 변호는 맡고 있지 않다. 리인터내셔널 측은 “다른 직원들이 박 전 상무나 이 비서와 상충되는 진술을 해 불리한 상황”이라고도 했다.검찰 수사 대응에서 정씨가 사실상 ‘한 배를 탄’ 박 전 상무나 이 비서와는 다른 노선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일정관리를 담당한 비서를 각각 소환해 성 전 회장이 금품을 전달한 문제의 시점에 진행된 두 정치인의 일정을 확인했다. 이날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측은 별도의 일정기록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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